소쩍새 우는 사연(32)

 『제길, 이젠 엎질러진 물이야. 서리꾼이 저 모습을 보고 어케 참네?』

 김만호 전사는 비장한 각오를 하듯 침을 퉤 뱉으며 양공질(성행위)을 하고 있는 송영기 곁으로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영기는 곁에 김만호 전사가 다가온 것도 모르고 혜기와 붙어 식식거리고 있었다. 김만호 전사는 혜기를 껴안고 요동치는 송영기의 면상을 발길로 걷어찼다. 송영기가 불의의 습격을 받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김만호 전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송영기의 옆구리를 또 발로 걷어찼다.

 송영기는 비명소리도 제대로 한번 지르지 못하고 데굴데굴 산비탈로 굴러갔다. 김만호 전사는 뒤따라가며 송영기의 등과 가슴팍을 수도 없이 발뒤꿈치로 찍어댔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뜩거렸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마구 짓밟아대는 발길질에 송영기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는 아랫도리도 가리지 못한 채 가슴을 끌어안고 신음을 토해내다 잠시 후 머리를 처박고 산비탈에 엎어졌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여졌다.

 김만호 전사는 어둠 속에 서서 송영기의 늘어진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산 위로 올라왔다.

 혜기가 앞가슴을 풀어헤친 채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리상혁 전사를 바라보며 애원하듯 빌고 있었다.

 『사, 살려 주, 주시라요! 모, 목수움만 사, 살려 주시라요! 아….』

 혜기는 두 손을 모아 빌면서 울부짖었다. 리상혁 전사가 그녀의 애절한 울부짖음에 잠시 넋을 잃고 괴로워하는 빛을 보였다. 박남철 전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을 가누기 위해 어금니를 깨물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때 송영기를 짓이겨 놓고 올라온 김만호 전사가 버럭 성질을 내었다.

 『빨리 해치우지 않고 뭐 하는 기야?』

 김만호 전사는 두 사람이 우물쭈물하며 자기갈등에 빠져 있는 모습이 못마땅한 듯 리상혁 전사를 옆으로 밀어냈다. 확확 술 냄새가 풍겨오는 김만호 전사의 행동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끓어오르는 광기에 순간적으로 미쳐버린 사람처럼 두 사람을 향해 햇내기 같은 놈들이라고 욕을 해대다 다짜고짜 혜기의 귀싸대기를 내갈겼다.

 『아악!』

 혜기가 비명을 지르며 모로 쓰러졌다. 김만호 전사는 모로 쓰러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혜기를 지켜보다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번질번질하게 땀이 배인 그의 얼굴은 날카로운 발톱을 곤두세워 먹이의 껍질을 벗기는 야수의 모습과 진배없었다.

 『사, 살려 주시라요….』

 혜기가 또 신음을 토하며 울부짖었다. 김만호 전사는 손바닥으로 혜기의 입을 틀어막으며 왁살스럽게 혜기의 젖가슴을 가리고 있는 속옷을 찢었다. 그리고는 혜기가 비명소리도 못 지르게 재갈을 물려 얼굴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