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2)

 당에서는 기간 내에 모내기전투를 끝마치라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독촉해도 농장원들조차 들은 둥 만 둥이었다.

 테레비를 한 대 구하고 싶은데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가? 아들을 러시아 림업로동자로 보내고 싶은데 누굴 찾아가야 하는가? 딸아이를 도시에 있는 상점에 취직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가?

 이런 뒷방치기 사업거리나 가지고 다니면서 노력지원 나온 당 간부나 행정기관의 사무원들 만나기에 바빴다.

 그런 개인주의 때문에 모내기전투는 그저 형식적이었다. 모가 거꾸로 박히든 물위에 둥둥 떠다니든 농장원들은 알 바 아니라고 했다. 어버이 수령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열렬히 박수만 쳐대면 농사일은 저절로 끝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농장원들의 그런 겉 다르고 속 다른 행각에 죽어나는 것은 고등중학생들과 청년돌격대원들뿐이었다. 청년돌격대원들은 노력지원 나온 당 간부나 행정기관의 사무원들 뒤치다꺼리하느라 허리가 녹아나고, 고등중학생들은 딴 짓 하는 농장원들 일손 메우느라 여린 손끝이 다 뭉그러졌다.

 『농사일은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끝나게 되어 있네….』

 남의 말 하듯 떠벌리고 다니며 딴 짓 하는 농장원들이 오늘따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되었다. 도와주어도 진정으로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농장원들을 위해 그 참기 힘든 배고픔까지 참으며 5월 내내 모내기전투에 내몰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울화까지 치미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농끼(촌놈) 새끼들을 도와주려고 청년돌격대에 들어와 이 고생을 하는가?

 협동농장 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불이라도 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며 박남철 전사는 식당으로 걸어갔다. 천막을 쳐 임시로 만들어 놓는 식당 입구에 고등중학교 5학년 남학생 하나가 훌쩍거리며 서 있었다. 박남철 전사는 줄을 서서 말없이 고등중학생을 지켜보다 밥을 탔다.

 저 녀석은 왜 저러고 서 있을까?

 식탁으로 건너가 저녁밥을 몇 숟갈 떠먹다가 박남철 전사는 식당 입구에서 그의 밥그릇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고등중학생을 불렀다.

 『야, 이리 와 봐.』

 지적을 받은 고등중학생이 머뭇거리다 다가왔다. 박남철 전사는 곁에다 그 학생을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왜 내 밥그릇만 바라보니?』

 『배가 고파 그랬시요.』

 『너희들은 저녁밥 먹지 않았니?』

 『먹었시요.』

 『그런데도 그렇게 배가 고파?』

 『녜.』

 고등중학생은 그만 눈물을 글썽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왜 그러느냐고 다시 물으니까, 고등중학생은 밥을 도둑 맞은 사연을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