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0)

 『야, 내일 밤에 올라올 때는 어디 가서 멍멍이(술)도 좀 업어 오자.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고기를 멍멍이하고 같이 먹으면 얼마나 꿀맛이갓서?』

 웬만큼 배가 찼는지 리상혁 전사가 술 이야기를 꺼냈다. 김만호 전사가 미처 그 생각을 못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티. 멍멍이가 있으면 기가 막히지. 긴데 어디 가서 멍멍이를 구하지…?』

 『그만 내려가자우. 멍멍이는 내일 내가 알아볼 거니까.』

 박남철 전사가 말했다. 그는 협동농장 관리위원회 사무실에 술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내일 낮에 그것을 사바사바해 볼 요량으로 그는 술은 자기가 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내일 밤은 더 기가 막히는 밤이 될 것 같다며 뒤처리를 해놓고 숙소로 내려 왔다. 이튿날 박남철 전사는 점심을 먹은 뒤 오침 시간을 이용해 관리위원회 사무실로 달려갔다.

 중기계공장 청년돌격대에서 나온 김광만 전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김광만 전사는 협동농장 화물자동차 운전사가 사고를 치고 안전부에 끌려가자 그를 대신해 운전을 해주고 있었다. 마침 그는 읍내에 나갔다가 들어와 사무실 장의자에 드러누워 쉬고 있었다.

 박남철 전사는 그에게 다가가 부탁이 있다고 하며 귀를 빌린 뒤 술 두 병만 구해 달라고 했다. 대관군에서 같이 청년돌격대에 차출된 김광만 전사는 대낮에 무슨 술이냐 하며 의아스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박남철 전사는 작업반 반장에게 술 두 병을 뇌물로 고이고 그 동안 땡땡이 치며 못 받은 노력공수표를 받아볼 요량이라고 둘러댔다. 사실 한 병은 돼지서리를 같이 한 구루빠와 나눠 마시고 나머지 한 병은 작업반장에게 건네주며 이번 토요일 오후에 있을 주 생활총화 때 비판을 덜 받게 해 달라고 사바사바를 해 볼 요량이었다.

 그러면서 비용은 고향에서 돈이 오면 갚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는 엊그제 배가 고파서 돌격대 생활 못하겠다고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김광만 전사는 그런 부탁은 바로 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농장 관리위원회가 상급기관 간부들이 찾아올 때 뇌물로 고이려고 준비해 놓은 들쭉술 두 병을 꺼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비료포대에 담아 주었다. 박남철 전사의 어머니가 인민학교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또 외동아들이 배가 고파서 돌격대생활 못하겠다고 호소한 편지를 받고도 그의 어머니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김광만 전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맙다, 광만아.』

 박남철 전사는 김광만 전사의 그런 모습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기런 소리 말라, 친구끼리.』

 김광만 전사는 돈만 있으면 술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에도 술이 필요하면 다시 또 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