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30)

 어디선가 왕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혜기는 눈을 감은 채 영기오빠의 입술을 받았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멀리 로서아(러시아)에까지 나가 5장6기를 마련해 오겠다는 영기오빠의 입술이 오늘 따라 너무너무 뜨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기오빠를 위해 나 이제 모든 것을 다 바치리. 오빠가 로서아에 림업로동을 나간다 해도 붙잡지 않으리. 오빠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이 고향 들녘에서 저 풀벌레들의 노래 소리 들으며 오빠를 기다리리….

 혜기는 영기 오빠의 뜨거운 입술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안타까움의 눈물을 삼켰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울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영기오빠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영기오빠가 마음놓고 로서아에 림업로동 나갔다 올 수 있게 용기를 주리라고 마음먹었다.

 소쩍 소쩍 소 솥쩍….

 밤이 깊어지자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더욱 애절하게 들려왔다. 영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더욱 못 견뎌 했다. 피를 토하듯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소리는 가슴속에다 마른 갈증의 씨앗을 더욱 심하게 뿌려대는 것 같았다. 혜기를 어스러지도록 껴안아도, 그녀의 가쁜 숨결이 느껴지도록 입술을 애무해도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갈증의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영기는 주체할 수 없는 공허감에 못 이겨 혜기를 야산 비탈에 뉘이며 그녀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혜기는 저항하듯 몸을 약간 비틀다 그만 영기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소쩍 소쩍 소 솥쩍….

 소쩍새의 울음소리와 함께 논벌을 울려대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영기는 혜기의 입술을 애무하며 그녀의 젖가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콩닥콩닥 뛰고 있는 그녀의 숨결이 손끝에 와 닿는 그녀의 젖가슴은 영기의 가슴에다 더욱 공허감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영기는 채워도 채워도 한이 차지 않는 공허감에 못 이겨 부르르 몸을 떨어대며 딱딱 어금니 맞부딪치는 소리까지 냈다.

 그가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품안에 들어와 있고 그녀의 입술과 젖가슴까지 다 가졌는데도 가슴은 왜 이렇게 비어 있는 듯하고 까닭 모를 불안감에 내몰리고 있는 심정일까? 그는 끝없이 피어오르는 목마른 갈증에 못 이겨 마침내 혜기의 치마를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혜기는 가슴을 열어놓은 채 영기의 뜨거운 입술을 받아주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가슴속까지 들어와 있는 영기의 뜨거운 숨결을 내뿜듯 푸우하고 가쁜 숨을 내쉬며 급하게 영기의 거친 손놀림을 막았다.

 『오, 오빠!』

 혜기는 별빛 속에서 바들바들 몸을 떨며 영기를 불렀다. 지금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영기오빠의 그런 모습이 너무너무 무서웠던 것이었다. 그녀는 애원하듯 영기를 흔들었다.

 『오빠! 무서워. 기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