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9)

 『나도 결혼 할 때는 영호 형처럼 돈 많이 벌어 혜기한테 5장6기(이불장ㆍ양복장ㆍ찬장ㆍ책장ㆍ신발장ㆍ컬러 TV 수상기ㆍ냉동기ㆍ세탁기ㆍ사진기ㆍ녹음기)를 다 갖춰 줘야갔다는 생각.』

 여자는 남자가 돈을 많이 벌어 결혼할 때 5장6기를 갖춰준다는 말이 너무너무 좋은 듯 잠시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남자의 형 소식을 물었다.

 『영호오빠는 지금 어디서 복무해?』

 『전연지대.』

 『결혼 할 때 정말 영호오빠처럼 5장6기 다 해줄 거야?』

 『기럼. 혜기가 좋아하면 뭐든지 다해 주지.』

 여자는 너무너무 행복한 듯 밤하늘을 쳐다보며 다시 또 까르르 웃었다. 그러다 또 남자의 형 소식을 물었다.

 『영호오빠는 언제 결혼하는데?』

 『이번 달에 제대하면 바로 한대.』

 『영호오빠는 좋겠다.』

 『혜기도 결혼하고 싶어?』

 『음.』

 『그럼 어카나?』

 『왜?』

 『이번 여름(북한은 모든 학교가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된다) 졸업하고 나면 군 행정경제위원회에 있는 작은아버지한테 부탁해 로서아(러시아)에 림업로동 나갔다 오구 싶은데…?』

 『정말?』

 혜기는 영기오빠가 로서아에 림업로동 나간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 듯 거듭거듭 확인했다.

 영기는 혜기에게 그런 소리까지 해버린 것이 후회로운 듯 잠시 혼자생각에 잠겨 있다 어눌하게 말을 이었다.

 『행정경제위원회에 있는 작은아버지가 보내주어야만 갖다올 수 있겠지만 그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꿈이었어….』

 혜기는 영기오빠가 먼 앞날을 위해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아차린 듯 이내 놀라는 기색을 감추었다.

 『영기오빠가 오래 전부터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다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뭐.』

 『정말 기다려 줄 수 있갓서?』

 영기가 다짐받듯 물었다. 혜기는 안타까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는 그런 혜기가 믿음직스러운듯 와락 껴안았다.

 소쩍 소쩍 소쩍….

 잠시 멎었던 소쩍새 울음소리가 또 들려왔다. 영기는 품속에 들어온 혜기를 어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혜기야! 나 로서아 림업로동 나가면 5장6기 꼭 해 올 테니까 기다려 줘?』

 혜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뿌옇게 쏟아지는 달빛과 함께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영기는 그녀를 품안에 넣어 어스러지도록 껴안아주다 그녀의 두 뺨을 잡고 얼굴을 쳐다봤다.

 안타까움에 젖어 있던 혜기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안 영기는 그녀를 다시 와락 껴안으며 입맞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