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8)

 『기래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여자는 신이 난듯 남자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이모한테 들은 이야기를 다시 늘어놓았다.

 『딸을 열명이나 둔 그 남자는 안해가 병에 걸려 죽자 끼니도 잇기 어려울 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대. 남자는 자식들을 위해 집안에 있는 가재 도구까지 장마당에 내다 팔아 하루하루를 근근이 이어갔대. 나중에는 남은 것이라곤 조그마한 솥 하나뿐이었대. 그 솥은 너무 작아서 열 명이 넘는 식구가 먹을 밥을 지으려면 끼니때마다 세 번씩 밥을 해야만 죽이라도 한 그릇씩 먹을 수 있었대. 그래서 그 집 맏딸은 하루종일 부엌에서 나올 수가 없었고 젊은 시절 내내 부엌대기 노릇만 하다보니 큰 솥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었대. 영기 오빠! 듣는 거야?』

 여자가 고개를 기대고 있던 남자를 흔들며 물었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 위에 손을 갖다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럼. 그 다음은 어케 되었는데?』

 『그런 소원도 풀지 못하고 딸은 시집을 가게 되었대. 긴데 시집을 가보니까 시집의 솥은 친정집 솥보다 더 작았대. 기런데다 시어머니는 성격까지 괴팍해 밥이 늦으면 늘 며느리를 구박했대. 모진 구박을 받아가며 숨도 한번 크게 못 쉬고 살아가던 그 딸은 마침내 병이 나서 죽고 말았대. 남편은 호강도 한번 시켜주지 못하고 죽은 안해가 불쌍해서 날마다 안해의 무덤에 가서 울었대.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눈물이 떨어져 젖은 안해의 무덤 속에서 새 한 마리가 나오더니 이상한 소리를 내었대. 솥쩍 솥쩍 하구. 무덤 가에 엎드려 울던 남편이 일어나 자세히 들어보니까 「솥이 적다」는 소리였대. 남편은 더욱 슬픈 눈으로 그 새를 바라보니까 새는 솥쩍 솥쩍 소 솥쩍 하면서 어둠이 깔리는 석양을 등지고 어디론가 날아갔대. 남편은 그 새가 분명히 죽은 안해의 영혼이 변한 새일 것이라고 믿고 그날부터 소쩍새라고 불렀대. 살아 생전에 솥이 적어 일생을 배고픔 속에 살다가 죽은 안해의 한이 새가 되어 야심한 밤이나 사람들이 밥을 먹을 시간쯤 되면 저렇게 애절하게 소쩍 소쩍 하구 울어댄다고….

 그러자 그 새는 남편의 마음을 고맙게 여기고 해마다 살기 어려운 보릿고개만 다가오면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와 아침저녁 저렇게 피맺힌 가슴의 한을 풀 듯 구슬프게 울어주고 있대. 소쩍 소쩍 소쩍….』

 여자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합창을 했다. 남자는 여자의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운듯 잠잠히 지켜보고 있다 빙긋이 웃었다.

 『기카구 보니까 울음소리가 진짜 길케 들리는 것 같은데….』

 여자는 더 신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

 『길치! 영기 오빠는 소쩍 소쩍 하고 우는 저 새소리 들으니까 생각나는 것 없어?』

 『있지.』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다시 또 물었다.

 『무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