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11)

 선동사업을 잘하는 남학생 대표가 구성지게 소리를 넣자 무논에 엎드려 모를 심는 분조원들이 후렴을 하듯 힘내자, 힘내자 하고 합창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작업반 선전 담당 방은주가 여학생을 대표해 뒤를 이었다.

 『작업반장 아주머니도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힘내자!』

 작업반장 아주머니한테 곱빼기로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는 여학생들이 보답을 하듯 큰소리로 따라 하며 뒤로 물러났다. 못줄을 잡고 있던 학생들이 그 사이를 이용해 못줄을 뒤로 옮겨 주며 함께 외쳤다. 소리의 선창권은 남학생 쪽으로 넘어갔다.

 『내일은 3학년 후배들도 우리를 위문하러 온다. 힘내자! 힘내자!』

 남학생 대표가 소리치자 분조원들은 바쁘게 모춤을 뜯어 무논에 찔러댔다. 그때 논둑을 손질하며 남학생 10여 명이 소달구지가 싣고 온 새 모춤을 받아 무논 곳곳에다 고르게 산포했다. 못줄 앞에 붙어 손에서 불이 날 정도로 모를 찔러대던 방은주가 또 소리를 받았다.

 『후배들이 찾아오면 어머니 아버지가 보내주신 선물도 도착한다. 힘내자! 힘내자!』

 분조원 전체가 맞다, 맞다 하고 소리치며 피로도 잊은 채 모를 찔러댔다. 누런 황토물이 가득 차 있는 논배미는 그새 푸른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학생들을 따라 왔다. 방은주는 넓은 논벌이 푸른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학생들을 뒤따라오는 듯해 또 남학생 대표의 소리를 받았다.

 『후배들이 돌아갈 땐 어머니 아버지에게 편지도 보낼 수 있다. 힘내자! 힘내자!』

 못줄을 옮겨 놓을 때마다 피로를 덜어줄 수 있는 소리를 이으며 무논에다 모포기를 찔러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간식시간이 돌아 왔다.

 학생들은 모두 모내기전투를 멈추고 논둑 가로 나왔다. 아랫도리가 온통 흙탕물에 젖어 있어도 얼굴과 몸에도 진흙탕 물이 튀어 우스꽝스럽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것이다.

 가을걷이 때는 강냉이나 감자, 그 외 고구마나 국수 같은 먹거리가 많아 간식시간이 다가오면 작업반 전체 성원들이 논둑 가에 걸터앉아 즐겁게 간식을 먹으며 피로와 허기를 달랬다.

 그렇지만 모내기전투 때는 농촌에도 먹거리가 말라 간식시간이 다가와도 논둑가로 몰려나와 허리를 펴며 이론식사(머리 속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서 먹고 싶은 욕구를 때우는 식사)로 고픈 배를 대신하는 날이 많았다.

 이런 실정을 후방사업을 담당하는 배영순이 낙원군 수매사업소 지배인(소장)으로 복무하는 아버지에게 편지로 알렸다. 딸의 편지를 받은 배영순의 아버지는 어제 강냉이빵과 사탕과자를 두 상자 보내 주었다. 그 바람에 작업반 전체가 어제는 사탕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15분간의 간식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오늘은 강냉이빵을 간식으로 먹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