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5)

돼지 앞다리와 몸통 부위를 다 삶았는데도 고기도 뼈다귀만 남아 있었다.

 『햐, 그 들쭉술 고거이 대단한데?』

 리상혁 전사가 치밀어 오르는 술기에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내며 야산 비탈에 그만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고기 뼈다귀를 땅속에 묻으며 뒷마무리를 하던 김만호 전사도 술이 생각보다 독하다며 비틀거리며 다가와 그 옆에 누웠다. 산을 내려 갈 때 가지고 가려고 된장 그릇과 소금 그릇을 양은솥에 넣어놓고 다가온 박남철 전사가 아무래도 술을 좀 깨워서 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그도 김만호 전사 곁에 누웠다.

 몸뚱이가 그네 타는 것처럼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며 리상혁 전사가 푸우 하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우스운 듯 김만호 전사가 낄낄낄 혼자 웃어대다 풍얼 읊듯 중얼거렸다.

 『술에다 고기로 배를 채우고 은하수 흐르는 밤하늘을 바라보니 고향에 두고 온 깔(여자) 생각이 간절하구나…. 그 간나와는 참 좋았는데 오늘밤은 어드러케 지낼까?』

 『길티! 오늘 같은 날 간나가 있으면 우리는 정말 세상에 부러울 거 없는 신선이 되갔디. 술에다 고기에다 꽃에다 꺽!』

 리상혁 전사가 밤하늘을 쳐다보며 혼자 기분 좋게 껄껄걸 웃어대다 박남철 전사를 툭 쳤다.

 『야, 남철아. 왜 말이 없네? 오늘 정말 고맙다. 짜식아, 네가 멍멍이사업을 잘 해 우리 모두 이렇게 기분 좋게 취한 밤을 맞이할 수가 있구나. 이쪽으로 다가와 너도 이야기 좀 해 봐라. 돌격대 끌려오기 전에 너도 려자가 있었네?』

 박남철 전사는 어이없다는 듯 리상혁 전사를 내려다보며 시익 웃고 말았다. 그때 김만호 전사가 끼어들며 낄낄낄 웃었다.

 『야, 리상혁! 하도 억이 막혀 남철이 웃는다. 제 주먹패들과 어울려 다니며 맨날 싸움질이었는데 려자 없었겠네? 야생하는 에미나들이 저녁마다 오빠오빠 하며 아양떨었어야….』

 『기래? 박남철이도 돌격대 들어오기 전에는 재밌었갔구나…야, 기러면 우리 그 곱상한 에미나들 상통 그려보며 용두질이나 한번씩 하자우. 제길, 술 먹어서 그런지 내 꼬투리는 벌써 옹고지(여자의 성기) 그립다고 지랄염병이야. 한번 만져 봐….』

 김만호 전사가 제 꼬투리를 꺼내 리상혁 전사에게 보여주며 낄낄거리고 있을 때였다. 계속 말없이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박남철 전사가 김만호 전사와 리상혁 전사의 입을 틀어막으며 가만히 있어 보라고 했다. 김만호 전사와 리상혁 전사가 깜짝 놀란 듯 입을 막고 있던 박남철 전사의 손을 걷어내며 낮게 물었다.

 『왜 그래?』

 『밑에서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서. 빨리 바위 뒤로 몸을 숨기자.』

 『뭐라구? 사람들이 올라오구 있다고?』

 김만호 전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