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9)

  그대는 오늘도 총을 메고

  들과 강을 건너 산을 넘는다

  수령님 명령만 내리신다면

  원쑤 미제 이 땅에서 소탕하리라

  나가자 인민 군대 용감한 기세로

  인민의 조국을 지키자

  목숨으로 지키자

 모내기전투장으로 나가는 학생들의 노래 소리는 한적한 마을길과 논벌로 나가는 들판길을 울렸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 논벌로 울려 퍼지는 학생들의 합창은 해마다 하늘과 땅과 하늘이 화합하는 5월이 찾아왔다는 것을 협동농장 농장원들에게 일러주는 기쁨의 노래 소리요, 풍요로운 가을을 약속하는 희망의 노래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젊은 일꾼들이 도시로 나가고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공화국의 협동농장들은 60년대 초반부터 이미 관료주의와 형식에 빠져 노쇠와 침체를 거듭하며 해마다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농장원들의 가슴속에는 자신들도 모르게 도시인들과 비교한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주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박탈감과 농민들의 가슴에 깔린 패배주의를 걷어내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 농촌 테제(북한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4년에 제시된 종합 지침서)」를 발표했다. 학생들의 힘찬 노래 소리는 바로 조선노동당의 농촌에 대한 관심을 상징하는 위안의 소리요, 도시지역보다 발전의 속도가 뒤떨어진 농촌을 도와 부러울 것 없는 인민의 낙원을 만들라는 수령의 따사로운 숨결과도 같은 노래 소리로 변해 농장원들의 가슴속으로 전달되었다.

 협동농장원들은 학생들의 힘찬 노래 소리가 들판으로 울려 퍼지고 들판 곳곳에 「800만 톤 알곡 고지 점령을 위하여」 「생산도 학습도 항일 유격대 식으로」 「청산리 정신의 요구대로」 「당의 주체농법을 철저히 관철하자」 「사회주의 농촌 테제 만세!」라고 적은 오색 깃발이 나부끼면 금년 농사도 절반은 지었구나 하며 일손 부족에 허덕이던 그 동안의 근심을 덜었다.

 『선두 제자리 섯!』

 학생들의 노래 소리와 보행규율을 지켜보며 모내기 전투장까지 동행한 지도교원이 외쳤다.

 분조원들과 함께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모내기전투장에 도착한 인화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토시와 골무를 꼈다. 그리고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린 뒤 그 위에다 집에서 준비해 온 긴양말(스타킹)을 신었다.

 날씨가 갑자기 왜 이럴까?

 논둑 가에 앉아 무논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으스스한 냉기가 등어리로 스며 올라왔다. 노래를 부르며 바삐 걸어올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팔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눈부시게 떠오르던 아침해가 빠르게 밀려오는 구름층에 가리면서 아득하게 뻗어나간 들판 중앙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