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45)

 다음날 강영실 동무가 거금 300원을 들고 왔다. 잘 좀 봐 달라는 것이었다. 그니에게 새금천장마당 매대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이런 결과를 유도해 내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막상 그런 제안을 받고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공장에 다니는 둘째 딸아이 여섯 달치 로임을 한꺼번에 들고 와 뇌물로 고이는 강영실 동무가 보통내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 뒷날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 아바이는 그니가 쥐어주는 거금 300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상업과 지도원과 나누어 가지며 그녀를 새금천장마당에서 장사할 수 있게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매월 20원씩 상납금을 받아먹으며 그녀의 뒤를 계속 봐 주었다.

 그런데 강영실 동무가 과오를 저질러 보위부에 끌려가게 된다면 그 후과(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에는 자신과의 깊은 관계까지 다 드러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신상에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안내를 맡은 분주소 안전원과 전연지대 보위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정 아바이는 박중위가 묻는 말을 촉각을 곤두세워 엿듣고 있었다.

 『이 장마당에는 매대가 몇 개나 됩네까』

 『길쎄, 비바람을 막기 위해 지붕을 덮어 가설건물을 지어놓은 점포 안에는 시멘트로 매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두 줄로 줄을 맞추어 놨으니까 아마 30여 개쯤 될 겁네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안전원이 새금천장마당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며 설명했다. 장마당을 살펴보며 말없이 따라오던 문중위가 끼어 들었다.

 『그 매대란 거, 크기는 어느 정도 됩네까?』

 『크지 않습네다. 함지 두어 개 올려놓을 공간이니까….』

 『판매대를 가지고 장사하는 인민들은 대충 어드런 사람들입네까?』

 『대부분 련로련금을 받는 로인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중에는 젊은 려성들도 끼어 있습네다.』

 『기럼 가설 건물 바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몇입네까?』

 문중위가 점포 밖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다시 물었다. 안전원은 그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변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난감한 빛을 보이다, 『길쎄, 이 부근에 있는 협동농장이 열흘에 한 번 꼴로 쉬는데 그런 날은 농장원들이나 로친네들이 텃밭에서 가꾼 남새를 가지고 나와 장사를 하기 때문에 발 들여놓을 수 없을 만큼 복작거립네다. 기러나 평일에는 반 정도로 줄어드니까 모두 합쳐 100여 명 정도 될까. 정 아바이, 새금천장마당에서 장사하는 로친네와 아주마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하며 도움을 청했다.

 『길쎄. 로천 장바닥에 자리라도 정해놓은 사람들이야 그 정도밖에 안되지만 텃밭 농사하는 로친네들은 어캅네까? 로천에다 남새 함지박 펴놓고 장사하는 로친네들까지 합치면 매일 이삼백 명은 넘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