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8)

 인화는 그때서야 조금 전 윤명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내기전투장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인화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지도교원의 얼굴을 지켜봤다.

 지도교원은 모내기전투장에 들어가 함께 작업하는 남녀 학생들의 규율과 품행에 대해 역설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1시간 모를 심고 15분간 휴식을 취하는데 그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남녀 학생들이 함께 모여 앉아 개인주의를 하는 학생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남학생들로 구성된 33작업반과 34작업반 분조원들 중 일부 학생들은 밤에 잠자리에서 빠져 나와 몰래 사민부락의 토끼나 닭을 훔쳐 잡아먹다가 지도교원에게 들켜 엄중 문책을 받은 학생이 이 며칠 사이에 10여 명이나 발생했다고 했다.

 학급별 패싸움도 끊어지지 않고 발생한다고 했다.

 지도교원은 33작업반 학생들의 도적질과 흉악할 정도로 난폭한 남학생들의 패싸움은 학생 신분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여서 사고를 일으킨 학생들을 모두 분주소 유치장에 가두어 놓았다고 흥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계속 중당리분주소와 함께 지도검열구루빠를 조직해 비행 학생들을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밤에는 절대로 마을길을 돌아다니지 말라. 취침시간(밤 10시) 이후 마을길을 돌아다니다 지도검열구루빠에 적발되면 바로 분주소 구류장에 처넣겠다. 위생실에 갈 때는 방장에게 말해 두 사람 이상이 구루빠를 조직해 가고, 용변을 볼 때는 한 사람이 위생실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용변을 마치면 함께 숙소로 돌아오도록 해….』

 인화는 손수첩에다 지도교원의 주의사항을 받아 적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작업반장 아주머니 집은 집안에 위생실(변소간)이 있어 다른 분조원들처럼 야간에 위생실에 다녀오다 분조원들이 사고를 내는 경우는 없을 것 같았다.

 잿간 옆에다 드럼통을 묻고 그 주위에다 거적을 둘러 판자를 걸쳐놓은 남루한 재래식 위생실이었지만 그마저도 없어 마을 공동 위생실을 이용해야 하는 분조원들은 근심을 하나 더 얻은 셈이었다.

 『자, 전투장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다. 모두들 일어나자.』

 지도교원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늦어도 오전 8시까지는 모내기전투장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대표들은 함께 선전교양실을 나왔다.

 인화는 학생대표들과 헤어져 작업반으로 돌아갔다. 5개 분조로 조직된 제31작업반 소속 분조원들은 모두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모내기전투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화는 그들에게 지도교원의 훈시 내용을 전달해 준 뒤 함께 노래를 부르며 모내기전투장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