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 10주년 예술대제전’은 인천광역시립 예술단의 역량을 인천시민들에게 숨김없이 보여준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었다. 3시간이라는 만만치 않은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동·서양 빛깔의 예술단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를 공연 끝까지 주시하며 환호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무대와 객석은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와 같은 무대를 만날 수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관객 여러분 모두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시점에서 공연예술이란 것이 무대가 뿜어내는 열정과 그에 대한 관객들의 화답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문제 이전에, 그 둘 사이의 간격은 마음에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지난 10주년 예술대제전의 공연에서 느꼈던 힘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무대와 객석은 즐겁게 공존했고 둘이 아니라 하나 된 인간들의 나눔의 자리였다. 특히 예술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대해 필자는 예술을 누가 좀 더 알고 모르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무대와 객석 사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진행하는 스텝들의 말없는 노고를 보며, 보이지 않던 것 또한 보여지고 읽혀진 것도 지난 공연을 통해 얻어진 소중함이었다.
 합동공연에 이은 인천시립무용단 제52회 정기공연 작품 ‘새굿’은 지난 4월의 개관 10주년 예술대제전의 힘을 이어받아 야심차게 기획되어 올려지는 작품이다. ‘새굿’은 인천을 중심으로 하여 현존하는 다양한 굿의 형태 속에서 동시대를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굿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의 출발했다. 굿이 지닌 외형을 차용해 굿이 주는 울림의 메아리에 역점을 두고 만들었다.
 이 작품은 인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와 굿의 주재자인 무당, 당골의 드라마를 삽입하여 관객들의 이해를 도모하려고 의도한다.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픈 것은 신내림의 제주자만이 인간과 자연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또는 인간이 자연을 치유할 수 있지 않을 가에 대한 탐구이다. 이 같은 탐구는 과거 인천의 영화로웠던 시절이 두루미의 비상과 함께 21세기에 있어 동북아 중심의 도시로 거듭 발전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한다. 그러면서도 ‘춤은 어렵다’는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어떻게 하면 바꿔줄 수 있을 가에 대한 고민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새굿’의 의미는 두루미라는 ‘새’를 위한 굿이면서 동시에 새로워지기 위한 노력을 담은 ‘뉴(NEW)’라는 의미의 ‘새’이기도 하다. 또 과거 영화로웠던 인천이 지난 시간 속에서 다른 도시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약해진 지명도 사이의 준말인 ‘새’이기도 하지만 지금 새롭게(NEW) 달라지고 있는 인천의 모습을 ‘두루미의 비상’이라는 상징적 모습으로 압축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작품을 올릴 때마다의 심정은 맨발로 유리처럼 날카로운 얼음장을 밟고 서 있는 기분이다. 그 차가움은 그러나 베일듯한 아픔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린 새벽공기의 짜릿함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물분자가 모여 거대한 빙산이 되듯이, 작업과정은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비로소 탄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물론 그 결정체 속에 마지막 힘을 실어주는 것은 관객이다.
 예술의 출발점이 인간임을 깨달은 지금, 그 종착지도 인간임을 깨닫기 까지는 또 얼마 만한 시간의 사이를 건너가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