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인천시미술대전 한국화부문 대상
 ▲추계예술대학교, 동국대 교육대학원 졸업
 ▲동아미술제 특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등 8회 입상
 ▲현 인천시미술대전, 경인미술대전 초대작가
 ▲관동대 등 출강
 
 작품-‘觀-21’ 30호 한지채색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본다. 뻐꾸기는 온종일 울어대고 지천으로 녹음이 내려 앉는다.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버스 한 대가 들어오면 그저 반가워 손을 흔들어 대곤 했다. 그 시절엔 그것 만으로도 흡족했다.
 붉은 언덕 옆으로 고구마 밭이 조그맣게 있었다. 여물지 않은 고구마를 몰래 캐먹으며 하루 빨리 고구마의 밑이 들기를 기다렸다. 멀리 보이는 바다에서는 언제나 떠나갔다 돌아오는 바닷물이 나를 설레게 했다. 바다를 비추는 석양이 어린 나를 괜히 슬프게 만들기도 했다.
 외딴집에 살던 나는 친구도 만나기 힘들었고 이웃도 멀어 대화 상대라고는 나 자신 뿐이었다. 개구리, 메뚜기, 그리고 무당벌레가 친구가 되었고 하루가 저물면 부엉이의 울음이 외로움을 더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 졌다.
 밤이 되면 안방에는 흐릿한 석유들이 밤 늦도록 춤을 추었다. 그 아래서 서울 손님이 주고 간 이솝우화를 읽고 또 읽었다. 침 발라가며 넘기던 책장이 낡아 갈수록 가슴 속에선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려졌다.
 부드러운 황토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고향의 소박한 경치가 좋아서 그 풍경을 마음 속에 잡아두고 싶었던 것이 내 그림의 시작이다. 생업과 작업의 조화가 힘들다지만 어린 시절에 얻은 감성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 힘으로 나는 즐겁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 그 시절의 힘으로 그 시절의 감성을 오늘도 화면 속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