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21>

 문중위를 따라가던 박중위가 달래듯 어깨를 두들겼다.

 『기냥 못 본 척하구 가자우. 공화국의 편의봉사관리소 전체가 다 똑 같은데 여기만 나무라면 뭐 하네?』

 『기렇다고 우리는 맨날 이런 불편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잖아. 편의봉사관리소에 들어와 단물 한 잔 사먹을 수 없는 오늘의 이 현실이 박중위는 답답하지도 않네?』

 『조금만 참으라우. 정복순 에미나이 신원조사만 끝나면 내가 좋은 데 데리고 갈 테니까니 그때 많이 마시라우. 이게 다 사회주의 생활양식이 만들어 낸 제도적인 병폐인데 한두 사람의 힘으로 고쳐질 것 같네?』

 『아니야. 국경지대에 있는 신의주나 만포ㆍ혜산 지방을 가보니까 여기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거기는 깨인 사람들이 많이 래왕하는 곳이라 아무래도 여기보다는 낫갔지. 로서아(러시아)에 채벌로동 나갔다 온 림업로동자들 이야기 들어보니깐 그 쪽에는 깔개짓(매춘)으로 살림 모으며 자유주의 하는 에미나이들도 부지기수래….』

 『기래?』

 문중위는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며 슬며시 호기심을 보였다. 이 겉 다르고 속 다른 동무, 또 능청 떠는 것 좀 봐…. 문중위의 이중적인 성격과 계산된 몸짓들을 경계하면서도 박중위는 계속 호방함을 보였다.

 『여기도 마찬가지야. 례성강 나루 부근이니 로동자 합숙지구에 가면 민가에서 밀주도 담가 팔고 에미나이들이 은근한 눈빛으로 다가와 함지박 사시라요 하면서 깔개짓(창녀짓)을 자청하는 에미나이들도 많아.』

 『박중위, 기런데 구경 한번 시켜 주라. 기런데 갈 때는 왜 나만 빼놓구서리 리상위하고 둘만 가는 거야. 여기도 정말 기런 데가 있네?』

 문중위는 박중위를 바라보며 자신이 보위대학 동기생들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리상위는 공무출장이나 수사를 나갔다 올 때 박중위를 꼬드겨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거나 좋은 데를 찾아다니며 구경도 많이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자기한테는 박중위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문중위는 박중위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가 내심으로는 섭섭했지만 노골적으로 그런 마음을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다.

 함께 복무하는 동료들이 자기 속내를 드러낼 만큼 인간적인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실 군단 상급참모의 정보제공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함께 복무하는 상급자와 동료들의 동향도 주기적으로 보고해 왔다. 그 일을 처음 할때만 해도 자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정보보고를 했기 때문에 함께 복무하는 동료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