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20 김복순 마부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듯 고개만 약간 저었다. 문중위와 박중위는 김복순 마부를 쳐다보기만 해도 숨이 꽉 막힐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사진을 챙겨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복순 마부는 별 실없는 사람들도 다 봤다는듯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물컵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두 사람은 다음 용의자로 지정해 둔 정복순을 만나보기 위해 금천군 편의봉사관리소로 향했다. 편의봉사관리소는 금천 읍내에 있었다. 각 도의 시ㆍ군지역마다 1개소씩 설치되어 있는 편의봉사관리소는 이발ㆍ미용ㆍ목욕ㆍ가공 수리ㆍ청량음료 판매ㆍ사진 촬영 등 관내 주민을 위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정무원(내각) 인민봉사위원회로부터 지침을 받아 남자들의 머리를 깎아준다든지, 여자들의 머리를 파마해 준다든지, 시간 맞춰 목욕탕을 연다든지, 사진을 찍어준다든지 하면서 각 분야별로 다양한 봉사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업소별 경영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전체 종업원이 관리소장(지배인)과 지도원들의 지시를 받으며 도급노동제로 일하고 있었고, 자신의 월간 수입액의 일정 부분을 노임으로 제공받고 있었다.

 『죽은 백중위 안해도 처녀 때는 장풍군편의봉사관리소에서 일했다지 아마…?』

 박중위가 금천군편의봉사관리소 앞마당에 지프를 세우며 문중위를 바라보았다.

 『기랬다더군.』

 문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불어오는 남풍을 마시며 주변 경관을 살폈다. 금천역 앞마당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고, 금천려관 옆으로 도로를 따라 고만고만한 집들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개성→금천→평산→사리원→평양으로 이어지는 평부선이 전기철도(전철)로 교체되고, 인근에 2군단사령부가 자리잡고 있어 금천역은 평산ㆍ개풍역과 함께 군인들의 내왕이 많았다.

 예하 사단으로 들어가는 군수품과 시설자재도 많이 하역되었다. 이 지역은 옛날부터 례성강을 타고 북상한 상인들이 육로를 이용해 인근의 평산ㆍ신계ㆍ토산ㆍ개풍장터로 넘어가기 위해 하룻밤씩 묵고 가는 중심지이기도 해서 금천 읍내는 늘 사람이 끓고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금천군 편의봉사관리소도 마찬가지였다. 목욕탕ㆍ이발소ㆍ미용실은 늘 사람이 줄을 서 있었고, 청량음료와 간식을 파는 상점도 개점 시간을 맞춰 일찍 오지 않으면 과일단물 한 잔 사먹을 수 없을 만큼 붐비기도 했다. 그런데도 관리소 측은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면서 일방적으로 문을 닫아버렸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 물러났다. 문중위가 관리소 지배인을 만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마 살을 찌푸렸다.

 『저러지 말고 인민들에게 좀 살갑게 봉사해 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