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19) 문중위와 박중위는 사무실 앞에 차를 세우고 소장을 만나러 들어갔다. 사무실에 앉아 있던 노동과장과 지도원이 족집게 눈으로 쳐다봤고, 그들 앞에 앉아 있던 부기원과 경리일꾼들이 줄 서 있는 마부들로부터 운임을 받아들이며 기장하고 있다가 일제히 일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문중위는 노동과장 앞으로 다가가 찾아온 목적을 밝히고 소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소장 동지는 지금 밖에 나가시고 안 계시는데…. 제가 대신 답변해 드리면 안되갔습네까?』

 노동과장은 두사람을 소장실과 잇대어 있는 담화실로 안내하며 물이라도 한잔 들고 오라고 했다. 여사무원이 까무잡잡하게 물때가 앉은 사기컵에다 샘물을 두잔 담아 들고 왔다.

 『먼길 오셨는데 과일단물(쥬스)도 한잔 대접할수 없어 죄송합네다. 김복순 동무에 관해 확인할 것이 있다고 했습네까?』

 문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설명을 했다. 노동과장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있다가 김복순 동무를 만나보면 알갔지만, 김동무는 군인 동무들에게 그런 쪽지를 보낼 려성이 아닙네다. 어릴 때부터 마차를 끌어온 여장부인데, 부부가 우리 사업소에서 마부로 일한 지가 벌써 십수 년이 넘었습네다. 근간에는 금천군 수매사업소에서 수매한 물품을 개성시로 운반하는 일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량정사업소 쪽으로는 나갈 기회가 전혀 없었습네다.』

 문중위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려성동무가 마차에다 짐을 싣고 매일 개성시까지 갔다온단 말입네까?』

 『남자 돌격대와 한구루빠가 돼있기 때문에 우마차 털이꾼들도 근접을 못합네다. 범도 때려잡을 만큼 체격도 우람합네다.』

 노동과장으로부터 김복순 마부에 대한 개인이력을 듣고 있는데 남장을 한 여자 마부 한 사람이 담화실로 들어왔다. 문중위는 키가 크고 목소리가 걸걸한 그 여자 마부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녀는 5척 단구의 곽인구 사관에게 「인구 동무,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드시라요」 하면서 연정이 담긴 쪽지를 써 주먹밥 보따리에 넣어줄 에미나이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중위도 김복순 마부는 그런 쪽지를 쓸 장본인이 아닐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그냥 일어서기도 어색해 문중위는 곽인구의 사진을 꺼냈다.

 『혹시 이 사관을 본 기억이 있습네까?』

 『없습네다.』

 김복순 마부는 단마디로 자신의 의사를 나타냈다. 문중위는 김복순 마부의 표정과 거동을 살펴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등이 곰 발바닥처럼 두꺼워 보이고, 어깨나 팔뚝이 유도선수처럼 우람해 보이는 김복순 마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문중위는 사관장의 사진까지 내보이며 다시 물었다.

 『기럼, 이 사진을 본 기억은 없습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