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17) 그들은 두번째 용의자로 지정해 놓은 윤복순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성동 사민부락으로 들어갔다. 윤복순은 우성동 3반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우성동 분주소로 들어가 방문 목적을 말하고, 안전원과 같이 인민반장을 찾아갔다. 인민반장은 문중위와 박중위를 공손하게 맞으며 왜 윤복순을 찾느냐고 물었다. 문중위는 수사선상에 올라온 인물이라 몇 가지 확인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민반장은 그때서야 윤복순의 사정을 말해 주었다.

 『지금 금천군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습네다. 꼭 만나봐야 할 일이 있다면 49호보양소(정신병자 격리수용소)로 가보시지요….』

 문중위는 믿어지지 않는 듯 인민반장을 쳐다보고 물었다.

 『직업은 간호원으로 기재되어 있던데 어드렇게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습네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근 사단군의소 간호원으로 복무했었지요. 얼굴이 곱고 웃음이 헤픈 려자라서 그런지 주위에서 찝쩍거리는 사람이 많았시요. 사단 정치부 지도원, 군의, 위생지도원과 부화질을 한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아이까지 배게 되었는가 봐요. 그러니 보위부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겠지요 결국엔 불려가 뱃속에 든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예심을 받다가 겁을 집어먹었는지 미쳐 버렸시요. 그 후 49호정신보양소로 보내졌다고 하던데 본 사람도 없고 연락도 없고 그저 소문만 떠도는 실정이지요….』

 문중위와 박중위는 인민반장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연말 15사단 군의소에서 발생한 3중부화질 사건의 장본인이 윤복순이라면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윤복순은 군관 2명과 위생지도원 1명을 상대로 3중 부화질(연애질)을 벌이다 남자 셋을 다 옷 벗겨 탄광촌으로 보낸 생생보(창녀)와 같은 여자인데, 그 여자가 그 사이 정신병원에서 빠져 나와 곽인구한테 연정을 품은 쪽지를 보낼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두 사람은 다음 용의자인 김복순을 찾아 다시 토산고개 옆에 있는 현내리로 넘어갔다.

 현내리 분주소로 들어가 김복순의 신원에 대해서 문의하니까 담당 안전원은 우마차사업소로 가보라고 했다. 문중위는 우마차사업소가 금천군 행정경제위원회 도시경영사업소 산하에 있는 독립사업소란 사실을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문중위가 말했다.

 『박중위, 우마차사업소가 지방의 총수송 물량 중 30% 이상을 전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나야 운전하는 사람인데 기걸 모를 리가 있나…. 도(道)나 시(市)지역 우마차사업소에 가보면 우(牛)차가 30여 대, 마(馬)차가 20여 대 정도 되는데 여기 우마차사업소는 우마차 합쳐 모두 몇 대나 되는지 모르갔어….』

 문중위는 그때사 우마차사업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듯, 『기럼 우마차사업소에선 화물을 날라주고 현금으로 운임을 받는단 말인가?』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