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16) 『재미있는 일이란 기것뿐이라는데 할 말 있는가?』

 문중위는 박중위 혼자 가슴 아파하며 고민할 사안이 아니라며 껄껄껄 소리내 웃었다. 그러나 박중위는 여전히 심각했다.

 『아니야. 우리 클 때 하구 비교해 보면 남려간의 부화질이 너무 심해졌어. 당에서 기렇게 교양을 하고 막는데도 왜들 기렇게 목숨 걸어놓구 부화질을 해대는지….』

 『처녀하구 장가 못 들까 봐 걱정되네?』

 『기게 아니라 사단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군의들 이야기 들어보니까니 사회 병원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해방처녀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며 아기를 지우고 간다나…. 거기다 자기 혼자 뱃속에 든 아기를 지우려고 약을 먹고 몸부림치다 병원으로 실려온 에미나이도 부지기수래…. 이런 식으로 우리 조선 사회가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도덕적으로 순결성을 잃어버리면 나중에 어드렇게 되갔느냐구?』

 『당에서 알아서 하갔지 뭐.』

 문중위는 맥빠진 웃음을 흘리며 지프에서 내렸다. 그들이 타고 온 지프는 금천군애육원 앞에 서 있었다. 문중위는 손수첩 속에 넣어온 사관장과 곽인구의 사진을 확인한 뒤, 박중위와 같이 애육원 안으로 들어갔다.

 탁아소처럼 나지막한 시멘트 울타리가 처져 있고, 한옥 건물로 지어진 금천군애육원은 300여 명의 고아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문중위와 박중위는 애육원 현관 옆에 있는 원장실로 들어가 찾아온 목적을 말하고 의자에 앉았다.

 응애응애 울어대는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문 밖으로는 머릿수건과 하얀 위생복을 입고 바삐 왔다갔다. 하는 교양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가 엄복순인데…?』

 잠시 앉아 있으니까 머리에 스카프를 맨 젊은 여성이 원장실로 들어오며 찾아 온 목적을 물었다. 문중위는 암죽냄새가 풍기는 젊은 여성 교양원을 아래위로 훑어보다 곽인구의 사진을 내밀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사관이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 우리 부대 군의소에 입원해 있는데 려성동무와는 어드런 사입네까?』

 엄복순 교양원은 겁먹은 표정으로 사진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문중위는 재빨리 사관장의 사진을 꺼냈다. 엄복순 교양원은 그 사진도 말없이 지켜보다 고개를 저었다.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문중위와 박중위는 엄복순 교양원의 표정이나 몸짓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수상한 느낌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아무 소득도 거두지 못한 채 애육원을 나왔다. 단번에 쪽지를 쓴 장본인을 찾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엄복순 교양원이 고개를 저으니까 그 먼 길을 달려온 노력과 시간이 너무 아깝고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 그들의 입장에선 그런 무모하고 바보같은 행위들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공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