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자와 쫓기는 자(15)

 백양리 벌방지대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상쾌했다. 박중위가 백양리 사민부락으로 들어서며 문중위의 말을 받았다.

 『남조선 매판자본가 놈들이 그런 쪽에는 돈을 안 내놓으니까 기랬갔지…. 기런 거 보면 우리 수령님이 정치를 참 잘하시는 것 같아. 그 어려운 전후복구시기에도 북조선의 사생아와 고아들을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키웠고, 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로 국비유학까지 보냈으니까니 말이네. 비록 스딸린의 지령에 순응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문중위는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맞장구를 쳤다.

 『기렇지. 연형묵 동지 같은 분은 수령님의 기런 가호와 인덕정치가 없었으면 어드렇게 공화국의 총리까지 되었갔어?』

 박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받았다.

 『강성산 총리는 뭐, 안 기렇네? 혁명열사 가족이긴 하지만 두 사람 다 고아 출신인데도 수령 동지의 보살핌으로 1952년 체코로 유학 간 해외유학파 동기생들이잖아.』

 『그 당시 해외로 유학시킨 고아가 500명이 넘었다면서?』

 『기렇다던군. 말도 다르고 조상들의 피도 다른 나라로 입양되고 있는 남조선 고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통일되어야디….』

 문중위가 빨고 있던 담배꽁초를 비벼 끄며 혼잣말처럼 웅얼거렸다. 그때 박중위가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렸다.

 『난 말이야, 애육원 앞을 지나갈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들 때가 많아.』

 『무스기 생각?』

 『지금은 전쟁시기도 아닌데 북조선 곳곳에 있는 애육원들은 왜 기렇게 늘 만원일까, 하는 생각 있디? 대관절 고아들은 어디서 기렇게 생겨나는 기야?』

 『부모가 죽거나 이혼해서 기런가?』

 문중위도 그런 문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다면서 새로운 관심을 보였다. 박중위는 문중위의 대답이 틀렸다며 고개를 저었다.

 『요사이 애육원에 들어오는 갓난아기들은 대개가 해방처녀(미혼모)가 내질러 놓은 피투성이들이래…. 말하자면 밤에 일 마치고 퇴근하다 불한당 같은 논다리들한테 끌려가 몸 뺏긴 에미나이들 있지? 기러구 생활이 너무 힘들구 따분하니까 고만고만한 련놈들끼리 만나 죽어라고 부화질을 해대다 아기가 생기면 지울 수도 없어서 기냥 낳는데…. 어느 에미나이는 글쎄, 숲 속에서 제 혼자 낳은 아기를 밤에 애육원 앞에 갖다 놓고 달아나버렸데나….』

 『기럼 어카나. 키울 수 있는 힘도 없는데?』

 『나도 기런 건 이해가 돼. 그러나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요사이 젊은 아새끼들의 부화질이야. 왜들 기렇게 련놈이 만났다 하면 개새끼들처럼 쌍붙어 할딱거리는 짓부터 먼저 하느냐구? 이러다가 조선에 처녀들 남아나갔어?』

 박중위는 공화국 사회가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있다면서 문중위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