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13) 리상위는 인구의 등뒤에 서서 인구가 게워 내는 음식물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렸다. 게거품처럼 끈끈한 타액과 함께 책상 위에 토해져 있는 음식물이 보기 흉했던 것이다. 퀴퀴하게 풍겨오는 역한 냄새 또한 자신의 뱃속까지 거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망할 새끼, 보기보다 여리고 섬세한 놈이군….

 리상위는 여자들을 예심할 때 나타나는 심리발작현상이 인구에게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오늘은 예심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천적으로 기질이 섬세한 감각구조를 지닌 사람을 장시간 심문하거나 물리적 압박을 가하면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진정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압박하면 미쳐버리거나 자살해버리는 수가 있어 오싹 한기가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인구는 토대와 배경이 든든한 놈인데, 이런 놈을 무리하게 다루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자신도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는 재수 옴 붙은 기분이었다.

 『어이, 서기 동무. 이 사관 진정되면 군의소에 데려다 줘.』

 리상위는 금시 수사의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가 중단되자 허탈감을 못 이겨 담배를 한 대 물며 의자에 가서 앉았다. 계속 왝왝거리는 인구의 얼굴은 뱃속에서 올라온 음식물 타액과 거품이 묻어 쳐다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리상위는 의자를 돌려 돌아앉으며 또다시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문중위나 박중위한테 인구의 심문을 맡기고 복순이란 에미나이나 잡으러 나갔으면 이따위 더러운 꼴은 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밀려와 더욱 짜증스러웠다.

 이 무렵 문중위와 박중위는 금천군 사회안전부 공민등록과 문서고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복순이란 이름을 가진 에미나이들의 명단을 뽑아놓고 훼훼 고개를 내저었다. 「복순」이란 이름자가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금천군 사회안전부 공민등록과에 등재되어 있는 이름만도 무려 10여 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어느 복순이부터 찾아 나서야 좋을지 몰라 토론을 벌였다.

 『어느 에미나이부터 찾아가야 좋은가?』

 박중위가 문중위를 바라보며 물었다. 문중위는 원주필 끝으로 책상 표면을 톡톡 쳐대며 생각에 잠겨 있다 한참 후에야 자신의 복안을 드러냈다.

 『나이가 30세가 넘는 에미나이들은 뒤로 제쳐 두고 「인구 동무! 체하지 안게 꼭꼭 씹어 드시라요」하고 련정을 품을 수 있는 젊은 에미나이부터 먼저 탐문해 보자우.』

 『기게 좋겠군. 기러면 엄복순이란 에미나이부터 먼저 확인해보구서리 그 다음은 윤복순, 김복순, 정복순, 림복순, 성복순 순으로 찾아가 보자우.』

 박중위는 1차 확인 대상자로 엄ㆍ윤ㆍ김ㆍ정ㆍ림ㆍ성씨 성을 가진 여섯 여자들의 나이와 사는 곳, 가족관계, 직업과 직장 등을 수첩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