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11) 비꼬듯 리상위가 되물었다.

 『쪽지에 기렇게 적혀 있는가? 뭐를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먹으라는 것인가?』

 『모르갔습네다.』

 온 몸으로 거부하듯 인구는 고개를 떨군 채 심하게 상체를 흔들었다. 리상위는,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야, 기런다고 내가 놓칠 것 같네, 하고 되묻는 시선으로 잠시 인구를 바라보다 『복순이는 누군가?』하고 언성을 높였다. 인구는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또 고개를 저었다.

 『모르갔습네다.』

 『곽인구! 너 지금 뭐하구 있는가?』

 리상위는 시뻘겋게 얼굴이 굳어지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일어섰다가 앉으면서 자기 성깔을 못 참아 인구의 면전에다 쪽지를 들이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한번 말 해 보라. 복순이란 에미나이를 모른다구? 왜 거짓말을 하는가? 모르는 에미나이가 어드렇게 인구 동무,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드시라요, 하고 연애질 쪽지를 보낼 수 있는가? 빨리 바른 대로 말하라!』

 『보위원 동지! 저는 이런 쪽지 받은 일이 없습네다.』

 인구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리상위는 그 말은 약간 수긍이 가는 듯해 다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바른 대로 말하라. 이런 쪽지를 받아 읽은 적은 없어도 이 쪽지를 쓴 복순이라는 에미나이는 알고 있을 게 아닌가. 빨리 말하라. 복순이가 누군가?』

 『….』

 『대답하라. 보위부에 들어와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보위사업방해죄까지 더해져 공개총살 돼. 지난해 민등산 밑에서 공개총살된 공병대대 선임하사 봤지? 기렇게 되구 싶지 않으면 빨리 대답하라. 연애질 쪽지 쓴 복순이가 누군가?』

 인구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땀을 훔쳤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막막하기만 한 것이었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버린 사람처럼 벙어리 행세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사실 그대로 경위를 밝힐 수도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자기만 죽는 것이 아니라 복순 동무와 영실 동무까지 죽이는 행위가 되었다. 인구는 어드렇게 하면 나 혼자만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며 리상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리상위는 그런 인구가 더 얄밉게 느껴졌다. 금시 실토할 것 같은 녀석이 요리조리 눈동자만 굴리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스러웠다. 성질 같으면 구둣발로 정강이를 짓뭉개든지, 주먹으로 아구통을 몇 방 쥐어박아 정신이 얼얼하도록 만든 뒤 주리를 비틀고 싶지만 수사반장의 경고가 걸려 더욱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곽인구, 네가 입 다물고 있어도 금세 다 드러나. 지금 사단 보위부 일꾼들이 복순이란 에미나이를 잡으러 갔어. 그 에미나이가 잡혀 와야만 실토하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