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전투(28) 밭머리총화 때 분조원들은 작업반장에게 하루 일한 작업량을 확인받고 노력공수표를 받으라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노력공수계산이 끝나면 작업반별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하게 되며, 잠시 쉬었다가 일일생활총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에는 주생활총화가 열린다고 했다. 총화가 끝나면 8시부터 40분간 군중문화오락화가 실시되며, 오락회가 끝나면 10시까지 개인시간이 주어진다고 했다. 이때 수건ㆍ양말ㆍ옷가지 등을 세탁해 널고 10시부터 이튿날 5시55분까지 수면을 취하게 된다고 했다.

 모내기전투 기간 중 두 차례 리 진료소와 군 인민병원에서 나온 이동진료소에서 건강상태를 점검받게 된다고 했다. 신체검사가 끝나면 작업반별 오락경연, 군 기동 예술선전대의 위문 공연, 고등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위문활동이 펼쳐지며, 긴급한 사정이 있는 학생들은 이날 지도교원의 승인을 받아 잠시 외출이 허용된다고 했다.

 『우리 분조는 식당이 어디야?』

 후방사업을 맡은 미호가 물었다. 인화는 생활시간표에 적혀 있는 제31작업반 지정식당을 알아보기 위해 미호와 같이 작업반장이 서 있는 선전교양실 벽보판 앞으로 다가갔다.

 이 무렵 중당리 협동농장에서 우측으로 3㎞ 떨어진 우당리 협동농장에선 낙원군 사회안전부 농촌노력지원대가 도착해 분조와 작업반이 조직되고 있었다. 일반 행정기관에서 들어온 성인들은 학생들과는 달리 1개분조에 10명씩 인원이 배정되었고, 3개분조가 모여 1개 작업반이 구성되었다. 각 작업반에는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이 임명한 작업반장이 한사람씩 나와 안내를 맡았고 각 작업반에는 3개분조를 이끌 소대장을 선출했다.

 사무실에서는 같은 조로 묶여지기를 기대했으나 백창도 과장과 사로청위원장은 직장 내에서의 위치 때문에 서로 갈라졌다. 협동농장 측에서 사회안전부에서 나온 과장급 이상의 간부와 사로청위원장은 경비대 하전사들 분조에 들어가 소대장을 맡아 주어야만 인력 통제가 되지, 그렇지 않으면 군인들이나 다름없는 인민경비대 소속 하전사들을 농장측에서는 통제할 재간이 없다고 사정했다.

 또 그렇게 작업분조가 조직돼야만 매일 할당되는 면적에 모를 꽂을 수 있지, 사무실에서 원주필이나 굴리며 책상물림만 하던 사무원들은 무논에 들어가 2∼3일만 모를 꽂고 나면 허리가 말라붙은 명태처럼 딱딱해져 하루 책임량의 20∼30%도 못 마치고 무논에 드러눕는다고 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농장 관리위원회 측에서는 나잇살이나 먹은 간부들을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 넣어 소대장이나 분조장 직책을 맡게 하고, 그들에게 휴식시간을 마련해 줄 명분으로 소대장회의다 분조장회의다 하면서 하루에 서너차례 회의를 소집해 선전교양실 안에서 쉬게 해주지 주지 않으면 간부들은 견뎌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