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8) 『이 자술서는 인구 동무가 두번째 작성한 자술서이고 이쪽 자술서는 다른 문건 속에 끼어 있던 것을 보위서기가 뒤늦게 찾아낸 첫번째 자술서야. 이 두 자술서 인구 동무가 작성했다는 거 기억 나는가?』

 리상위가 자술서 두통을 내밀며 물었다. 인구는 심하게 희롱당한 듯한 기분을 자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지, 그날 분명히 책상위에 올려놓고 나갔는데 없어질리가 없지….

 리상위가 자술서의 첫장을 넘기며 줄 친 부분을 따지듯이 물었다.

 『첫번째 자술서에는 장마당을 돌아서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갔다고 돼 있는데 두번째 자술서는 월암리로 들어가는 숲길을 이용해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갔다고 적혀 있다. 어느 게 맞는가?』

 인구는 가슴 속으로 무엇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온 자술서가 없어졌다고 걱정하며 한 번만 더 수고해 달라고 사정하던 리상위의 모습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함정 속으로 몰아넣기 위한 보위원들의 계산된 수사방법의 하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갑자기 리상위가 천의 얼굴을 가진 중대 정치부 중대장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신입병사들을 슬슬 꼬드겨서 자신의 망원(望員)으로 끌어들일 때는 친절할 수가 이루 말할 수 없다가, 동료의 비행을 남 몰래 고자질하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멀리 심부름을 보내는 것처럼 부대 밖으로 나가게 한 뒤 뒤따라 나와 왜 임무를 완수하지 않느냐고 숨통을 조여대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인구는 이 단수 높은 술수에 끌려 들어가면 5년 살고 나올 감옥살이도 10년 이상씩 살고 나올 위험성이 있겠다 싶어 고개를 숙이고 머리가 아픈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머리의 두피를 꾹꾹 누르면서 어느 것을 말해야 될 것인가를 깊이 생각했다. 월암리 쪽으로 갔다고 하면 왜 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느냐고 물을 것 같고, 또 그런 것을 물으면 영실 동무와 복순 동무한테 입쌀을 내려주기 위해 그쪽으로 갔다는 말도 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장마당을 돌아서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갔다고 대답했다.

 『월암리에 누구 아는 사람 있는가?』

 리상위가 물었다. 인구는 장마당을 돌아서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갔다고 대답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없습네다.』

 『기럼 두번째 자술서에는 왜 월암리로 들어가는 숲길을 이용해 리복실고개 쪽으로 올라갔다고 적어 놓았는가. 지나간 적이 없으면 기런 말이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

 인구는 둘러댈 말이 없어 대답을 못했다. 리상위는 뭔가 지피는 게 있는 듯 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었다.

 『기렇지 않은가. 인구 동무가 그 쪽으로 지나간 적이 없으면 기런 말이 자술서 속에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