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전투(26)

 인화는 노경희와 같이 발뒤축을 들고 흙탕물을 피해 마을길을 걸어 올라가다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학생들이 떼를 지어 올라가자 쌍붙은 개 두 마리가 겁을 집어먹고 서로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 힘이 약해 보이는 복슬개 한 마리가 깨갱깨갱 비명을 지르면서 끌려갔다. 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면서도 무슨 기이한 정경을 본 듯 쌍붙어 끌려가는 복슬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작업반장 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작업반장 집은 울타리도 없고 대문도 없는 집이었다. 흙벽돌로 단층주택의 벽을 쌓아 그 위에 기와를 얹은 공화국의 전형적인 농가주택이었다. 창문은 파란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고, 벽은 하얀 석회칠이 되어 있어 깨끗해 보였다. 제법 넓어 보이는 마당 한쪽에는 돼지우리가 지어져 있었고, 돼지우리 옆엔 변소와 잿간이 거적문을 내린 채 퀴퀴한 구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반장 아주머니는 쓰고 있던 머릿수건으로 쪽마루를 썩썩 문지르더니 모두들 마루로 올라앉으라면서 건넌방 문을 열었다. 시커먼 닥나무 종이로 벽을 발라 놓은 건넌방은 꾀죄죄한 땟구정물이 밴 비닐 장판이 깔려 있었다. 인화는 배낭을 내려놓고 방안을 들여다보다 이맛살을 찌푸렸다. 문설주 틈새에서 개미들이 줄을 지어 쉴새없이 올라왔던 것이다. 파리똥이 새까맣게 앉은 방 천장에는 뿌옇게 먼지가 앉은 30촉짜리 알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방 한쪽 벽면에는 낡은 앉은뱅이 책상과 등잔이 놓여 있었고, 집 뒤쪽으로 빠끔하게 뚫어진 봉창 위에는 말라비틀어진 씨 강냉이가 몇 자루 걸려 있었다. 알전구가 내려와 있는 천장 공간에는 수건이나 세탁물을 널 수 있게 나일론 끈으로 빨랫줄이 쳐져 있었다.

 『이 방을 다섯 사람이 쓰고, 나머지 다섯 사람은 뒷집 건넌방으로 가.』

 인화는 노경희를 뒷집 건넌방 방장으로 선출해 분조원 5명을 그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에겐 배낭을 벗어놓고 물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와 집안 청소부터 도와주자고 했다.

 일손이 부족해 며칠째 마당 한번 쓸지 못하던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금새 입이 함박만해지면서 큰방에 있는 방 빗자루와 물걸레를 내주었다. 인화가 물었다.

 『우물은 어딧습네까?』

 『우물은 없고, 뒤란 장독대 옆에 가면 뽐뿌가 있어.』

 인화는 분조원 두 사람에게 마당을 쓸라고 해놓고 집안에 있는 걸레를 거두어 성실이와 같이 뒤란으로 갔다. 장독대 옆에 시멘트로 바닥을 만들고, 물이 못들어가게 턱을 만들어 놓은 직사각형 빨래터 중앙에 손잡이로 물을 저어 올리는 뽐뿌(펌프)가 박혀 있었다. 3학년 때 강냉이 영양단지 물주기 노력지원 나가서 몇 번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뽐뿌였다. 인화는 물을 한 바가지 퍼붓고 손잡이를 바삐 저었다. 쉬룽세룽 하던 뽐뿌 아가리에서 금방 맑고 시원한 물이 철철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