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 (5) 보고를 받은 당중앙은 국가정치보위부에다 엄명을 내렸다. 반당ㆍ반체제ㆍ반혁명분자를 잡아들이거나 처벌할 때는 제3자가 봐도 인정할 만한 증거물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그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심증이 가는 반당ㆍ반체제ㆍ반혁명분자일지라도 보위부 나름대로 판단해 독재대상구역으로 별도 수용하거나 처벌하지 말라는 지시였다. 꼭 처벌하거나 별도 수용해야 할 과오자가 발생하면 당중앙의 결심을 받아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엄명을 내린 이후에도 보위부가 권력을 남용해 희생자가 생기고, 그 유가족들로부터 원성이 들려오면 그때는 보위부원을 반체제ㆍ반혁명 개인주의자로 엄중 문책하겠다는 경고가 내려졌다. 그리고 각 기관ㆍ공장ㆍ기업소에는 지도자 동지의 말씀ㆍ방침ㆍ가르치심ㆍ교시등을 금과옥조처럼 인용한 선전물이 하달되었고 이의 철저한 이행을 독려하는 지도서까지 하달되었다.

 지도자 동지의 영도력과 인덕정치를 선전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용단이었지만 이때부터 보위부는 죽을 마시는 격이었다. 옛날이 그리웠고, 소조원들이 눈에 가시처럼 미웠다. 그렇지만 살아 남으려면 대세의 물줄기를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수사과장은 그런 현실이 괴롭고 불편해서 침침한 눈을 비비다 의자의 등판에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문중위와 박중위를 데리러 나간 리상위가 담화실로 들어왔다. 뒤에 문중위와 박중위가 따라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수사과장은 다시 자세를 바로 하며 그들을 담화실 탁자 곁으로 앉혔다. 그리고 리상위가 들고 온 쪽지를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보위부는 지금 중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이 쪽지를 쓴 「복순」이라는 에미나이를 어드렇게 잡아들여야 좋은가? 동무들 복안을 한번 말해 보라우.』

 리상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곽인구 사관에게 이 쪽지를 보여주며 복순이가 누구냐고 족치면 어드렇겠습네까?』

 문중위와 박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수사과장은 답답하다는 투로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그런 원론적인 조치들이야 취하갔지만 정반대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봐야디…. 곽인구 사관이 이 쪽지를 보구서리 순순히 자백하면 수사는 일사천리루 진행되갔지. 기렇디만 곽인구가 모른다, 생각나지 않는다구 오리발을 내밀면 어카갓서? 우리는 지금 곽인구를 상대로 강압수사를 할 수 없는 립장에 처해 있다는 걸 생각해야디.』

 담화실에는 갑자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옛날처럼 혐의자의 주리를 비틀고, 물을 먹이고, 전기 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아낼 수 있는 입장이면 금시 복순이라는 에미나이를 잡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는 그 방법이 통할 수가 없었다. 사단종합병원으로부터 승인서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곽인구를 연행해 올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더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