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전투(23)

 사로청위원장은 화영의 그런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보여 그만 볼멘 소리를 내었다.

 『순석이 똥기저귀는 빨아야잖아?』

 『내가 옆집에 가서 물 좀 얻어올 테니까니 빨리 빠께쓰나 내놓으시라요.』

 왜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하느냐며 화영은 사로청위원장이 들고 있는 빠께쓰와 물통을 뺐었다. 사로청위원장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몰골이 되게 멋쩍은 듯 다시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갔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인화는 모내기 전투용 배낭을 메고 앞마당으로 내려갔다.

 고등중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은 모두 모내기전투에 나갈 준비를 하고 내려와 있었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 언니들과 산후 조리 휴가를 얻어 쉬고 있는 아주머니들까지 내려와 있어 아파트 앞마당은 그 어느 날보다 복작거렸다.

 경비초소 한쪽 옆에는 어른들마저 배낭을 메고 내려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빨리 아파트 앞마당을 빠져나가야 할 입장이었다. 인화는 대충 복장점검을 끝낸 뒤 고등중학생들부터 출발시켰다.

 학교에 도착하니까 모내기전투에 나갈 4ㆍ5학년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 결의모임준비를 하라고 했다. 인화는 지도교원이 지정해 주는 자리로 가서 반별로 줄을 섰다. 한 반이 50여명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4ㆍ5학년 합쳐 300명 정도 되었다. 학생들은 여섯 반으로 나뉘어 4열 종대로 구령대를 향해 섰다. 앞줄 3보 앞에는 반장이 섰고, 10보 앞에는 지도교원이 반별로 1명씩 앞으로 나와 섰다.

 오전 8시가 되자 학교 당 위원회 비서인 정치부 교장이 구령대로 올라왔다. 정치부 교장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신년사를 받들어 새별고등중학교 4ㆍ5학년 전체 학생과 교원은 중당리(中堂里) 협동농장으로 나가 22일간 농촌노력지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내기전투의 목적과 장소, 기간, 그리고 동원되는 대상과 인력의 범위를 전체 학생들이 알 수 있게끔 알려 준 뒤, 정치부 교장은 당에서 할당해준 작업량을 발표했다.

 그는 학생 한 사람이 하루 평균 70∼80평 정도 모를 꽂아야 중당리 넓은 논벌에 모를 다 꽂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당에서 할당한 이 작업량을 정해진 기간 내에 마치기 위해서는 분조와 작업반 조직을 잘하여야 되며, 이를 위해서는 함께 동원되는 지도교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정치부 교장은 강조했다. 그리고 전체 성원들은 작업반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 주어야만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제시하신 6월2일까지 모내기전투를 끝마칠 수 있다면서,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 하고 혁명의 핏줄기를 이어갈 준비를 튼튼히 갖추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하고 개인 각자의 정신무장과 임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