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 (1) 리상위가 담화실로 들어오자마자 조그마한 쪽지 하나를 내놓았다 수사과장은 담화실 탁자 위에 비망록을 놓고 앉으면서 쪽지를 펴보았다. 꼬깃꼬깃 접어놓은 쪽지 속에는 「인구 동무!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드시라요. 복순」이라고 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수사과장은 말없이 쪽지를 지켜보다 상체를 의자의 등판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갑자기 눈자위가 욱신거리면서 머리가 띵해졌다. 밤길을 걷다 전봇대 같은데 오지게 한방 부딪친 느낌 같기도 했다. 어떻게 화물차 전복사고 속에 복순이라는 인물이 개입되어 있을까?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인물이 나타나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어느 방향으로 수사지시를 내려야 좋을지 몰라 한동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자세를 바로 하며 리상위를 쳐다봤다.

 『이 쪽지 어드렇게 입수한 기야?』

 『군단 상급참모부 손경철 상좌가 건네 준 것입네다.』

 『뭐라구, 군단 상급참모가…?』

 수사과장은 거듭 다그쳐 물으며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펄펄 끓는 물을 무심결에 마셔버리고 도로 뱉어낼 수도 없어서 풀쩍풀쩍 뛰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같았다.

 『아침에 전화가 와서 달려가니까니 수사진척상황을 물으면서 내어 준 것입네다. 수사에 참고하라면서….』

 리상위가 쪽지를 입수한 경위까지 설명해 주어도 수사과장은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더욱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리상위를 바라봤다.

 『기렇다면 군단에서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다는 말이잖아?』

 『기렇다고 봐야디요. 겉으로는 수사에 참고하라고 준 것이지만 죄다 알고 있으니까니 오그랑수 부리지 말고 빨리 보고나 하라는 투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네다. 어카면 좋갔시요?』

 수사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진땀이 솟는 느낌이었다. 사단장 넝감(영감)의 의도를 받들려고 잔머리를 굴리다 군단 상급참모한테 들켜버린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가슴이 쿵쿵 뛰는 것 같았다. 빨리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질책의 화살에 맞아 정치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처음부터 화물차전복사고 뒤에는 에미나이가 개입되어 있을 것이란 심증은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으며 수사기록을 내놓으라는 데는 두 가지 경고성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첫째는 수사를 정확히 제대로 하지 않고 사단장 영감의 눈치나 살피며 썰컹썰컹 짜맞추기나 하면 군단에서 3대혁명소조원들을 직접 투입해 재수사를 하겠다는 경고였다. 둘째는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정황들을 사실 그대로 보고하지 않고 딴 짓을 하면 수사 관계자들 전부를 불러들여 책임을 묻겠다는 최후통첩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군단 상급참모의 손에서 문제의 쪽지가 나왔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는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