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전투(18) 하얀 위생복에다 머릿수건을 쓰고 주식물매대 앞에 서 있던 윤광희 동무가 비닐 봉투에다 옥쌀밥을 담아주며 물었다.

 『빵은 왜……누가 산보(소풍) 가네?』

 『아니, 순미 유치원에 갖다 주려구…….』

 화영은 윤광희 동무가 싸주는 빵과 옥쌀밥을 기저귀 옆에 넣으며 국거리매대로 옮겨갔다. 이상옥 동무가 서 있었다.

 『국거리 뭐 있네?』

 『시금치국하고 쑥국 있시요.』

 『쑥국 4인 분만 담아 주라우.』

 이상옥 동무가 목이 긴 비닐 봉투에다 깔대기를 끼워 쑥국 4인 분을 퍼 담았다. 그리고는 비닐 봉투 초입을 뱅뱅 틀어 끈으로 묶어 주었다.

 『아기 입원했다메?』

 『음. 군 인민병원에 누워 있어.』

 『걱정되겠다. 아기 곁엔 누가 있네?』

 『탁아소에서 보육원 동무들이 나왔기에 잠시 맡겨놓고 왔어. 매대를 봐 줄 사람이 없어 같이 있을 수가 있어야디.』

 『아기구 어른이구 아프지 말아야지……아프면 서로가 고생이라니까니.』

 화영은 국거리를 받아 가방 속에 넣고 부식물 매대는 그냥 지나왔다. 가방이 무거워서 부식물은 어저께 구매해 놓은 시금치김치와 염장무(단무지)로 때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화영은 밥공장을 나왔다. 낙원군 인민위원회(군청) 청사 앞을 지나 은덕영화관 쪽으로 10여 분쯤 걸으니까 저금소(은행) 옆에 전등불이 켜진 은혜유치원이 나왔다.

 시멘트 벽돌로 낮게 담을 쌓아놓은 은혜유치원은 화단과 놀이마당이 넓어 산골 인민학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층 한옥 구조로 축조한 본관은 지붕이 기와로 덮여 있었고, 처마 밑에는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화영은 들고 온 가방이 무거워 왼손으로 바꿔 들며 유치원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저녁 8시가 가까워오는 시각이라 놀이터는 텅 비어 있고, 화단에는 하얀 팻말이 꽂혀 있었다.

 화영은 유치원 교양원실로 들어갔다. 두꺼운 창문보(커텐)로 창을 가린 교양원실에는 40이 넘은 원장과 직일(숙직) 교양원(보모)이 마주보고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어서 오시라요.』

 화영은 자꾸 처지는 아기를 치켜올리며 원장에게 인사했다.

 『저녁밥 드시는데……죄송합네다.』

 『일없시오(괜찮아요). 이리루 좀 앉기오.』

 원장이 의자를 하나 내밀어주며 화영의 등에 업힌 순석을 잠시 내려다봤다.

 『아이구, 이놈 잠들었네……잠시 내리기오.』

 원장은 아래로 처진 순석이의 고개를 바로 해 주며 순미의 기침에 대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