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떠돌던 국내 영화계 두 공룡의 동거가 마침내 이뤄지게 됐다.
 
 CJ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복)는 29일 시네마서비스와 합병한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대표 박병무)의 로커스(대표 김형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제작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와 함께 영화제작사 싸이더스, 음반 및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 음반제작 및 도소매업체 예전미디어, 영화 투자배급사 청어람과 아이엠픽처스, 영화세트 및 장비대여업체 아트서비스,영화관 체인 프리머스시네마, 방송용 프로그램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 매니지먼트사맥스앤컴퍼니 등을 갖춘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CJ엔터테인먼트는 시네마서비스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는 영화 제작투자배급사.
 국내 최대의 극장체인 CGV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영화전문채널 홈CGV도 운영하고있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끄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의 지분 13.1%도 소유하고 있다.
 이 두 회사가 연합체제를 결성함에 따라 영화계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이뤄지게 됐다.
 플레너스의 주식지분은 로커스가 24.1%로 가장 많고 위버스핀커스 15.9%, 강우석 11.3%, 김형순 4.1% 등으로 분포돼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로커스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지분과 인수가격 등은 기업실사를 거쳐 확정될예정이다.
 플레너스의 주식 매각설이 처음 흘러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플레너스는 12월 16일 공시를 통해 로커스의 주식을 SK로 매각한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힘으로써 공식 확인됐다.
 이어 CJ엔터테인먼트는 8일 "현재 플레너스 주식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으며 29일 양해각서 체결에 이르게된 것이다.
 로커스가 주식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장 공략에집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3일 김형순 사장도 이러한 사실을확인하며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레너스 주식이 CJ로 넘어가게 된 과정에서는 시네마서비스의 실질적인 사주이자 플레너스의 최대 개인투자자인 강우석 감독의 의중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 90년대 중반부터 충무로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대기업이나 투자금융전문회사의 자본보다 수익금이 지속적으로 영화계에 투자되는 자본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이러한 소신에 따르면 극장 체인을 갖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자본이가장 여기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프리머스시네마, 아트서비스, 영화아카데미, 영화종합촬영소 등 할리우드메이저 스튜디오에 못지않는 위용을 갖춰나가고 있는 강우석 감독으로서도 신규 투자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J엔터테인먼트로서도 시네마서비스와의 공동전선 구축에 큰 매력을 느꼈을 만하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참패를 비롯해 지난해 영화 투자배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CJ엔터테인먼트는 상대적으로 고타율을 올리고 있는 시네마서비스의제작투자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네마서비스와 개봉영화 라인업을 공동소유하면 할리우드 직배사를 뛰어넘는 파워를 지닐 수 있으며, 동양그룹 온미디어 계열의 영화채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홈CGV로서도 큰 원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일부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두 회사가 공동전선을 구축하면 극장에 대해서도 훨씬 큰 파워를 갖게 돼 외국영화와 한국영화간에 차별적인 부율(부금비율의 약자로입장 수익을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갖는 비율)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충무로에 유일한 초강자가 나타나면 군소 투자배급사가 몰락하고 프로덕션도 투자배급사에 종속되는 등독점의 부작용이 쉽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영화배급시장에서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는 각각 22.44%와 17.62%의 서울관객 점유율을 기록해 40.1%를 독식했다. 이는 2001년 37.3%에서 2.8% 높아진 수치이며 올해 5개 할리우드 직배사의 점유율 합계 38.3%를 넘는다.
 여기에 시너지 효과까지 계산에 넘는다면 이른바 ‘CJS(CJ와 시네마서비스 CS의이니셜을 합친 것) 연합’에 따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