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별들의 전쟁’에서는 전국 기준 75만 명을 동원했다는 ‘영웅’(감독 장예모)이 승자로 드러났다.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그것도 2위 ‘이중간첩’(감독 김현정)에는 서울 누계 7만여 표 전국 27만표 가량을, 3 위인 ‘캐치 미 이프 유 캔’(스티븐 스필버그)에는 서울 8만여 표 전국 32만 여 표 가량을 앞서면서.
 객관적 전력 면에서 ‘캐치 미...’가 가장 유리하리라 내다봤던 나로선 완전히 허를 찔린 기분이다. 돌이켜 판단컨대 하지만 그건 배급이나 총 좌석 수, 상영횟수 등 또 다른 주요 객관적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나의 오판이었다. 단적으로 (서울 기준) 주말 좌석 합계에서 11만7천500석으로 17만6천148석인 ‘이중간첩’이나 17만1천252석인 ‘영웅’에 비해 현저히 열세인 탓이었다. 결국 ‘캐치 미...’는 아무리 분발했더라도 근본적 조건에서 박스 오피스 정상 차지는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중적 재미에서나 질적 측면에서나 스필버그 필모그래피에서 제법 높은 자리에 위치 지워질 영화는 객석 점유율에서는 비교적 높은 81%를 기록했다. 그건 ‘영웅’의 86%엔 다소 못 미치지만, ‘이중간첩’의 55%엔 월등히 앞서는 양호한 기록이다. 따라서 점유율로 치면 ‘이중간첩’의 순위는 3위로 쳐지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진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 화제작 중 제일 뒤쳐지는 ‘이중간첩’의 작품성을 꼽을 수 있을 터. 그로 인해 1월 20일 첫 번째 공식 기자 시사 이후, 영화에 대한 평판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이번 박스 오피스 성적으로 나타났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개봉 시기치고는 너무나 낮은 객석 점유율이다. 이런 점유율로는 몇 주를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 게다가 배급을 시네마서비스나 CJ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신생 배급사인 쇼박스가 맡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사실 난 작품성을 크게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조폭 마누라’ 및 ‘가문의 영광’ 등 작품성에서는 회의스럽지만 놀랄만한 개가를 거둔 우리 영화가 한둘이 아니지 않는가. 그보다는 차라리 급변하는 관객의 기호에 영화가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더 중시해야 할 성싶다. ‘집으로...’같은 극소수의 예외도 있긴 하지만, 극단적 오락 지향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네 관객들의 어떤 영화보기 성향에서 어긋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제의 무게에 짓눌려 영화가 지나치게 무거워, 즉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비판 받아야 할 것일까? 영화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나부터도 무척 궁금하다.
  전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