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한국 영화 산업과 관련해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한건 보도되었다. 제작 투자 대비 총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 2001년에 290억원의 흑자를 낸데 반해 2002년에는 무려 4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 보도가 나오기 직전에 개봉 편수 78편, 전국 총 관람객 수 1억 명 돌파, 전국 스크린 수 1천개, 시장점유율 45%대 등, 희소식이 연일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례적으로 등장하곤 하던 한국 영화 위기론이 이번에야 말로 진짜 힘을 받을 만도 했다. 2003년 우리 영화에 대한 전망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만도 했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만나본 현장 영화인들 중 상당수가 적잖은 우려들을 표명했다. 이제 호시절은 끝났다면서.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낙관적 분위기가 여전히 강세다. 이 땅의 관객들이 변함없이 우리 영화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쏟을 거며 멀티플렉스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텐데, 위기는 무슨 위기냐는 것이다.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일련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잇따른 참패 뒤 투자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대박 영화 몇 개만 터지면 투자금이 다시 쏟아질 텐데 무엇이 걱정인가?” 반문하는 제작자도 있다.
 어느 모로는 나 역시 이들 낙관론자 편(?)이다. 개봉 편수는 다소 감소하겠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닐 성싶다. 장르의 다양성도 우려할 만큼 훼손되진 않을 거다. 오히려 그 반대일 공산이 커 보인다. ‘가문의 영광’ ‘광복절 특사’ ‘색즉시공’ 등이 말해주듯 코미디의 선전은 여전하겠지만, 보다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고루 사랑 받으리라고 예상한다. 심지언 민병천 감독의 ‘내츄럴 시티’ 등 SF물까지도. ‘시장점유율 역시 40% 이하로 뚝 떨어지거나 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을 게다.
 그럼에도 위기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위기 징후가 여간 강하질 않기 때문. 지난 연말 만난 한 친구 제작자는 앞으론 7 대 3 아니 8 대 2 조건으로도 투자를 받기 힘들 거라며, 현재의 위기국면을 일갈했다. 결국 20개 전후의 극소수를 제외한 수백 개 제작사들은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할 거라는 것. 더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호전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멀티플렉스와, 목하 독과점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는 약육강식의 배급 구조 등에서 서서히 위기 징후들이 드러날 듯도 싶다. 멀티플렉스의 증가세가 관객 증가율을 앞서고 있는데다 장차 그 간극이 더욱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배급의 독과점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계 최대 핫 이슈인 CJ 엔터테인먼트-시네마 서비스 합병설이 예시하듯. 결론적으로 한국 영화계의 2003년은 그 어느 해보다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지독히 드라마틱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전 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