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스타로 만들기도 하고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청문회. 하지만 청문회는 얼마만큼의 진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는 17일 개봉하는 ‘컨텐더(The Contender)’(감독·로드 루리)는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겪는 최악의 섹스 스캔들을 그린 정치 스릴러다.
 이 영화는 한 여성이 부통령으로 임명되기까지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여성이 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스캔들을 찾아 파헤치고 이 스캔들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다룬다.
 오하이오 주지사인 레이니(조안 알렌)는 ‘날고 기는’ 쟁쟁한 남자 경쟁자들을 제치고 공석이 된 부통령직에 지명된다. 그녀가 임명되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부통령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부통령이 되려면 하원 법사위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법사위 위원장 셜리 러니언(게리 올드만)은 그러나 여자가 부통령직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다. 그는 레이니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통령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며 청문회를 반대 분위기로 만들어 간다.
 여기에다 레이니와 같은 당이면서도 여성이라고 그냥 표를 주는 것을 반대하는 20대 후반의 야심만만한 정치가 웹스터(크리스찬 슬레이터)가 가세하며 하원 인준 절차가 순탄치 않게 흘러간다.
 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FBI, 백악관 등 곳곳의 사람들은 그녀의 과거에 대해 뒷조사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깜짝 놀랄만한 레이니의 과거가 밝혀진다. 그녀가 대학시절 섹스파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영광의 기회는 치욕의 위기로 바뀌고 언론은 앞다퉈 그녀의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과거를 집중 보도한다. 물론 이는 과장보도이지만 어쩐 일인지 레이니는 이에 대해 한마디의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결국 청문회는 국정수행능력, 정책검증보다 사생활에 대한 인신공격의 장으로 바뀌어 간다.
 ‘컨텐더’는 미국 정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또 여론이 어떻게 조작돼 가는가 하는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의 속성을 보여준다.
 이와함께 정치인에게 보호받을 사생활은 어디까지인가, 인사에서 남녀 평등은 어떤 것인가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준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빠르지는 않지만 꽤나 긴장감 있게 풀어 나가는 편이다.
 여주인공 조안 알렌 뿐 아니라 게리 올드만, 제프 브리지스, 크리스찬 슬레이터 등 명배우들의 연기를 한 영화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지만 영화의 재미랄 수 있는 반전이 드라마적이지 않고, 감동의 기쁨을 주지 못하고 있다. 126분. 18세 이상.<김진국기자>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