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전투(8) 기요과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남반부 아새끼들은 벌방지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실지 콩도 알곡에 포함시키지 않는답데다. 5곡에는 포함시키지만.』

 백창도 과장은 충격을 받은 듯

 『기렇다면 남반부에선 순전히 입쌀하고 보리쌀만 계산한다는 기야?』하고 다시 물었다.

 『기렇데요. 우리가 강냉이를 주곡으로 삼는다고 하니까 남반부 자식들은 질겁을 하더라요. 기거 먹고 어드렇게 일을 하느냐고.』

 『빨리 통일되어야 우리 공화국 인민들도 남반부 입쌀 끌어다 먹으며 사는 것 같이 한번 살아볼 터인데.』

 『통일, 기거 분명히 되긴 되갔지요?』

 『남반부 입쌀 끌어다 먹으면서 강냉이밥 면하고 싶어서?』

 『예. 남반부 자식들은 먹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서 입쌀 가지고 술까지 담가 먹는다는데 통일되면 우리 북반부가 먹는 문제 가지고 이렇게 아글타글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갔습네까? 술 담가 먹는 쌀 우리한테 넘겨주고, 걔네들은 강냉이 가지고 술 담가 먹어도 되니까니 말입네다.』

 『쓸데없는 공상 그만하고 내일 모내기전투 나갈 준비나 하자우. 동무도 2진이디?』

 『예. 같이 가서 개나 한 마리 잡아 먹구 오시구래. 우리 과 젊은 아이들 바터할 양복지 몇 벌 준비해 놓았시요.』

 『요사이도 양복지 한 벌 감을 주면 개 한 마리 잡아주는가?』

 『기럼요.』

 『기렇다면 돼지는?』

 『양복감 3벌은 줘야 한답데다.』

 『우당리 협동농장은 이번에도 개가 씨가 마르갓서.』

 『농장원들이야 우리하고 빠터 하려구 개하구 돼지는 계획적으로 키운답데다.』

 『아까 영화 보니까 우리가 농촌노력지원 나가서 개나 돼지 잡아먹고 오는 것도 큰 문제야. 우리가 농장원들 다 버려 놓구 오는 것 같아서 말이야.』

 『기런 락도 없으면 뭔 재미루 모 꽂아주러 갑네까. 입쌀도 한 톨 안 생기는데, 안 기렇습네까, 과장 동지?』

 『몰라, 몰라. 내래 기따우 질문은 접수할 수 없어.』

 백창도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이 무렵이었다.

 사회안전부 아파트 내민대에 나와 바깥을 내다보던 인화는 늄창(알루미늄 창문)을 열면서 방을 향해 소리쳤다.

 『할머니! 비가 멎었어요.』

 인화는 비가 멎은 하늘이 반가운 듯 계속 바깥을 내다보았다. 살랑살랑 마파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싱그러운 풀내음을 싣고 솔솔 불어오는 마파람은 낮게 깔린 구름층들을 어디론가 쫓아버리면서 서쪽 하늘에다 곱게 노을을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