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전투(16) 탁아소에선 생후 3개월부터 모든 아기들에게 찹쌀가루 암죽을 먹였다. 식량사정이 칼날 같은(급박한) 지방의 일반 탁아소는 생각할 수도 없는 고급 암죽이었다. 그런 곳에선 누런 강냉이가루에다 쌀가루나 밀가루를 한 움큼 넣고 암죽을 끓였다. 그런 탁아소에 비하면 밥공장탁아소는 최상급인데도 순석이는 토악질과 똥질을 해댔다. 화영은 순석이가 지도자 동지의 높은 은덕과 뜨거운 배려를 토악질과 똥질로 짓뭉개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 지경이었다.

 화영은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암죽통 뚜껑을 열어 냄새도 맡아보고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기도 했지만 암죽에선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암죽이 쉬거나 되직한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도 순석이는 암죽만 먹고 나면 토하고 푸른 똥을 싸 제끼며 엉덩짝을 똥투성이로 만들었다.

 『젖이 잘 나오지 않는데 어카면 좋으네, 순석아?』

 화영은 순석이를 품안에 껴안은 채 앞가슴을 열어 젖을 꺼냈다. 그리고는 요리조리 주물러 보지만 말라붙은 젖꼭지에선 쭉쭉 젖이 나오지 않았다.

 『사로청위원장 동지한테 말해 염소젖을 구할 데가 없갔시요?』

 보육원이 덩달아 안타까워하다 물었다. 화영은 젖꼭지를 닦아 순석이에게 물리며 고개를 저었다.

 『길쎄, 축산사업소에나 가면 구할 수가 있을까 그 귀한 것을 어디서 구하네?』

 화영은 잘 나오지도 않는 젖꼭지를 빨아대는 순석이를 내려다보다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녀석아, 개똥참외처럼 쑥쑥 자라지 못하구 와 기렇게 똥질이네. 엄마 힘들어 죽갔는데……으응?』

 보육원이 순석이와 눈맞추기를 하는 화영을 바라보다 물었다.

 『혹시……일본에서 온 귀국동포나 연변 조선족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시요?』

 화영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이모 말 들어보니까니 일본이나 남조선 같은 데선 여성 동무들이 갓난아기한테 젖을 먹이지 않는답데다.』

 『기럼 뭐 먹이나, 거긴?』

 『분유라는 걸 먹인답데다.』

 『분유가 뭐이가?』

 『내래 아직 보지는 못해소만 암소 젖을 짜서 말린 가루라고 했시오.』

 화영은 망측한 소리도 다 들어본다며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어케 쇠젖 말린 가루를 아기에게 먹이네. 기거이 사실이라면 남조선 여성동무들은 정말 굶주리는 게 틀림없다이…….』

 『기건 모르갔시오. 기렇지만 분유를 먹여 본 아주마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맛이 좋아 갓난아기도 잘 먹는다고 했시요. 똥질도 안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