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 결과 탓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개봉 3주째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광복절 특사’(감독 김상진)에서 ‘피아노 치는 대통령’(전만배), ‘몽정기’(정초신)에 이르기까지 우리 영화 3편이 나란히 수위를 마크했는데, 왜 마음이 편치 않냐고? 외려 기뻐해야 하지 않냐고?
 하긴 그렇긴 하다. 그들의 선전이 퍽 반갑긴 하다. 만든 이들이야 다소 아쉬울 진 모르나 서울 누계 7만2천여 명, 전국 22만여 명으로 2위 자리에 오른 ‘...대통령’도 그쯤이면 형편 없는 성적은 아니다. 2백만 중박(?) 고지를 넘어 3백만 대박 고지를 향해 질주 중인 나머지 두 편의 활약상은 가히 놀랍기까지 하고. 놀랍다고?
 나름대로는 둘 다 재미있게 보긴 했으나, 질적 수준 등에서 보건대 그 정도의 쾌거를 거두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해서였다. 무엇보다 두 영화가 선사하는 웃음이 다분히 과장되었으며, 어느 모로는 억지스럽다고 판단되어서였다. 한국 코미디 영화 특유의 웃음에의 맹목적 강박증이 거슬렸다고 할까. 그래 난 두 작품의 뒷심이 이렇게까지 끈질기고 대단하리라곤 예견치 못했던 것이다.
 종종 그렇듯 그러나 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 영화를 향한 열띤 사랑 때문인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과 대적할 만한 화제작이 없어서인지는 장담할 수는 없으나, 그 두 ‘비 조폭성 코미디’를 향한 우리네 관객들의 성원은 훨씬 더 뜨거웠다.
 그렇다면 그 성원 중 일부나마 소중한 또 다른 국산 영화들, ‘죽어도 좋아’(박진표)와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무영, 이하 철파태)에게도 나눠주길 소망한 내가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걸까.
 화려한 스타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트렌드에 걸 맞는 ‘튀는’ 소재도 아니며 대중 관객들이 편히 볼 수 있는 대중적 화법의 작품도 아니기에 두 작품의 흥행스코어가 그다지 좋으리라고는 내다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수치가 내 예상을 너무나도 밑돌기에 하는 말이다. 작품성 여부를 떠나 ‘죽어도 좋아’가 불러 모은 그간의 화제성에 비추어볼 때, 객석 점유율 겨우 29%를 보이며 서울 1만3천여 명, 전국 2만8천여 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는 건 너무나도 초라한 기록 아닐까?
 더 참담한 건 점유율 16%대로 서울 6천여 명, 전국 1만8천여 명에 그친 ‘철파태’의 성적이다. 공효진 등 떠오르는 연기파 스타가 등장하건만 말이다. 그 영화의 ‘다름’이 그렇게도 불편하고 불괘한 걸까.
 이쯤 되면 한국 관객들의 편식 현상이 지나치게 심하다고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가끔은 ‘다른’ 음식도 고루 섭취해야 하거늘,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영양실조에 걸릴지도 모를 텐데. 이번 주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더 나아가 일종의 무력감에 빠진 까닭은 그래서였다. 내가 혹시 지나치게 예민한 건지는 몰라도…
  전찬일(영화평론가)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