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두개의 탑’(Two Towers)을 들고 1년만에 관객 앞에 나타난 피터 잭슨 감독은 애초 ‘1편 만한 속편은 없다’란 속설을 뒤집을 확신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3억5천만달러(4천2백억원)란 입이 떡 벌어질만큼 어마어마한 제작비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Rings) 3부작을 동시에 제작하는 모험을 강행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재능에 반신반의한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1편 ‘반지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에 이어 오는 19일 개봉하는 ‘두개의 탑’은 그러나 그처럼 ‘호기심 어린 우려’를 칼로 무베듯 일축한다.
 수천마리의 버팔로떼가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것처럼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영상. 용호상박과 같은 액션. ‘두개의 탑’은 광대하고 스릴넘치는 장면으로 3시간동안 관객들의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두개의 운석이 블랙홀에 빨려들듯 전편에서 불을 뿜는 괴물과 지하나락으로 추락한 마법사 간달프(이안 멕켈런)는 2편에서 괴물과 사투를 벌이면서 부활한다.
 9명으로 이뤄진 중간대륙의 반지원정대는 사우론의 사악한 세력에 맞서 반지를 지켜냈지만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2편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닥으로 갈라진다.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샘(숀 어스틴)은 길을 잃어 헤매던 중 골룸을 만나 반지를 빼앗길뻔 하지만 격투 끝에 제압하고 골룸을 길안내자로 정한다.
 인질로 끌려가던 메리(도미니크 모나간)와 피핀(빌리 보이드)은 로한왕국 후계자 에오메르가 이끄는 기병대와 전투가 벌어진 사이 ‘나무수염’이라는 엔트족으로부터 구출받는다.
 2편의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간족 전사 아라곤(비고 모르텐슨)은 간달프의 도움을 얻어 악의 마법사 사루만(크리스토퍼 리)의 꼭두각시가 된 로한왕국 세오덴왕의 전의를 일깨운다. 아라곤은 요정궁사 레골라스(올랜드 블룸), 난쟁이족 전사 김리(존 라이스-데이비스)와 함께 악의 화신 사우론과 맞선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좀 더 열었다.”는 감독의 표현대로 영화는 상상력이란 상상력은 모두 동원한 듯한 화면을 빚어낸다. 주요 인물이 10명이 넘지만 톱니가 맞물려 ‘선의 화신’을 만들어내듯 흐트러지지 않으며, 아라곤과 요정 아르웬(리브 타일러)의 로맨스 향기도 맡을 수 있다.
 악의 동맹군과 요정 인간 마법사의 연합군의 맞서는 헬름협곡 전투는 영화의 압권이다. 특수분장과 컴퓨터 그래픽을 구분하지 못할만큼 생생한데다 규모, 긴박성, 전술의 다양성 등이 ‘과거 전쟁이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179분. 12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