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전투(2) 백창도 과장은 다시 자리로 와 앉으며 사로청 위원장을 바라봤다.

 『아, 기렇지요. 4시에 강연회가 있는 걸 못 생각했네.』

 『내일, 분조가 어떻게 조직될까?』

 『작년처럼 10명씩 조직하갔지요?』

 『우리 감찰과는 흩어지지 말고 한 분조로 조직되었으면 좋을 텐데.』

 『뭐 흩어질 거나 있나요. 과장 동지하고 저하고… 죄다 합쳐야 여섯인데.』

 『통신과 문과장 이야기 들어보니까 올해는 비가 넉넉하게 와줘서 모를 꽂기는 수월하데, 논바닥 쓰레질도 잘 돼 있고.』

 『비가 넉넉하게 와주면 아무래도 수월하갔지요. 쓰레질이 안된 생땅도 일주일 정도 비를 맞으면 발이 빠질 만큼 물러지니까요.』

 『그래도 우리 사무원들은 골무를 많이 준비해야 될 기야. 15일간 모포기 찔러대려면.』

 『과장 동지는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못줄이나 잡으면서 머리나 식히시라요. 우리가 알아서 사업할 테니까요.』

 『왜, 무슨 좋은 수라도 있는가?』

 『강연회 갔다 와서 말하갔시요. 어서 내려가기요. 시간되었습네다.』

 백창도 과장은 감찰과 성원들과 함께 지하 강연장으로 내려갔다. 강연장 입구에 서 있던 정치부 일꾼들이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강연장으로 들어가지 말고 문헌영화실로 가라고 했다.

 백창도 과장은 사로청 위원장과 갈라져 당 역사연구실 옆에 있는 문헌영화실로 걸어갔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왜 또 문헌영화실로 가라고 할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걷는데 기요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가시라요.』

 백창도 과장은 고개를 돌려 잠시 뒤돌아보다 손을 내밀었다. 다가온 기요과장이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무슨 기밀내용이 담긴 영화를 보여 줄 모양인가봐요?』

 『길쎄, 갈라놓는 것 보니까 또 기럴 것 같은데.』

 문헌영화실 앞에는 군당(郡黨) 선전실에서 나온 간부 일꾼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문헌영화를 보러온 각과 과장들의 증명서를 확인한 뒤 한 사람씩 들여보냈다. 백창도 과장은 증명서를 보여주며 뒤따르는 기요과장을 돌아봤다. 그는 눈으로 말했다.

 『동무가 이야기 한 것처럼 기밀내용이 담긴 영화를 보여주려나 봐?』

 『그렇지요, 뭔가 이상하지요?』

 기요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라왔다. 백창도 과장은 기요과장과 함께 문헌영화실로 들어갔다. 하얀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는 정치부 부부장이 서 있었다. 그는 무대 아래 의자에 앉아 있는 부부장들과 과장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백창도 과장과 기요과장은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정치부 부부장의 이야기에 귀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