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그대에게(21)

 『하긴 기래. 우리도 이젠 사상사업은 어지간히 됐다구 생각하는데 중국 아이들처럼 문을 열구 먹구 살 궁리도 좀 해야지 계속 이렇게 처닫구 있으면 남조선 아새끼들한테 너무 뒤처질 것 같애. 갸아들은 88년도에 올림픽 유치하려구 지금 난리라는데.』

 리상위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두 경제특구 만들어 외국 자본 유치하려구 당에서 해외조사단을 조직하구 있다는 소리두 듣겨.』

 문중위가 물었다.

 『합영법 뭐 어쩌구 하는 게 그 말이야?』

 리상위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살아야지. 그래야 고향의 우리 오마니두 이밥에 고깃국 한번 배불리 먹고 돌아가시지.』

 고향에 계신 어머니 얼굴을 그려보던 박중위가 돌연 여자 이야기를 꺼냈다.

 『문중위, 나 여자 하나 소개해 주게나. 올 가을에는 장가들어 우리 오마니께 효도 좀 하게.』

 문중위가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다.

 『내 코가 석 잔데 너한테 소개해줄 간나가 어딧네. 나도 밤 되면 이미나이 생각나서 미치갔는데.』

 박중위가 빙긋이 웃으며 리상위를 건너다 봤다.

 『리상위, 백중위 부인은 려동생도 없다던가? 려동생 있으면 우리 세 사람 중 누구 하나 장가 좀 들게 해 달라고 부탁 한번 해보자우.』

 리상위가 재미있는 제안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기거 좋은 생각이네. 백중위 부인이 아주 고우니까 동생이 있다면 선도 안 보구 장가들어두 괜찮을 기야. 우리 그 사업 한번 해볼까, 어때?』

 차를 몰던 박중위가 그런 사업이라면 백 번 해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중위도 쾌히 승낙했다. 리상위도 기분이 좋은 듯 껄껄 웃어대다 고개를 돌렸다.

 『문중위, 만약 백중위 부인한테 려동생이 있다면 내가 먼저 장가들께 너희들 양보 좀 하라. 내가 그래두 나이가 제일 많찮네?』

 『서른 셋이나 둘, 기게 기건데 지금 나이 한 살 많은 거 가지구 내리먹일 거네? 내레 죽어두 양보 못해.』

 문중위가 발끈하자 박중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야, 우리가 장가 들만한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두 안해보구 왜들 기렇게 싸움부터 먼저 하네? 만약 여자가 없다면 어드렇게 할 거네?』

 문중위와 리상위는 서로 쳐다보다 웃고 말았다.

 『리론식사 했는 것처럼 찬물 먹구 속차려야지 별 수 있갔어?』

 리상위가 머리 속으로 먹을 것을 그려보며 배고픔을 쫓는 전사들처럼 쩝쩝 입맛을 다시며 멋쩍어했다. 그러나 문중위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