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장(弓矢匠)은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이다. 궁시장 보유자 김박영씨(66ㆍ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산 7ㆍ☎613-6159)는 두가지중 활만들기 부문 기능보유자다. 71년 국가에서 궁시장을 처음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때 김장환씨 등 3명이 선정되었는데 모두 작고하고,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그가 기능보유자(97년 지정)로서 우리 전통 활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40여년간 방안에만 틀어박혀 활을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후회한 적이 없고 맘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그는 천상 활을 만들기위해 태어난 사람같다.

 김씨 고향은 활 고장으로 잘 알려진 경북 예천 왕산동. 그의 부친 김홍경씨도 당대에 알아주던 장인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는 관심이 없었고 서른을 넘어서면서 활을 만들던 고종사촌집에서 일을 거들어주다 자연스럽게 활만들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그러다 64년 부천에서 전국 제일의 경기궁을 만들던 김장환씨(84년 작고)가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올라온 것이 인연이 돼 지금껏 살고 있다.

 부천에 있는 활터 「성무정」내 부천공방이 그의 작업실이다. 각종 재료를 접착하는데 쓰는 어교(민어부레로 만듬)는 찬바람이 불때 사용할 수 있어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 따라서 요즘 그의 손놀림은 어느 때보다 바쁘다.

그가 만드는 활은 고구려 산상왕 17~20년에 만들어지던 「맥궁」(경기궁). 놀랍게도 1천7백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크기만 작아졌을 뿐 그 기술과 재료가 변함없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활을 만드는데는 동ㆍ식물성 재료 8가지가 필요하다. 뽕나무, 대나무, 참나무, 물소뿔, 소힘줄, 민어부레, 화피(벚나무껍질), 소가죽이다. 4월부터 9월까지는 나무를 사다가 물에 삶아 적당한 크기로 휘어놓고 민어부레를 끓여 액(어교)을 만들어 놓는다. 어교는 곧 활의 탄력성과 관련되므로 농도 맞추기는 장인의 경지를 가늠하는 한 척도가 된다. 활만들기의 처음 작업은 삶아 다듬어놓은 뽕나무와 대나무를 이어붙이는 것(연소해놓기). 그러면 만궁(둥근 모양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름)이 된다. 손잡이부분(좀통)에는 참나무를 붙인다. 다음은 풀칠하기. 활 겉부분에는 얇게 뜬 물소뿔(부각하기)을, 안쪽에는 실처럼 가늘게 찢어놓은 소힘줄 수십가닥을 한올한올 어교로 붙인다(심놓기). 활 안과 밖에 풀칠하기는 5번 반복한다. 마르기를 기다려 이튿날 다시 소힘줄과 물소뿔에 어교를 먹여 붙이는 식이다. 다음은 활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해궁. 해궁은 활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활의 두께와 휜 부분의 균형잡기는 순전히 손과 눈의 감으로 해내야 한다. 균형을 잡는데는 궁창(활틀)과 도지개(활의 휘어진 곡선모양을 한 나무토막)를 쓴다. 줄 거는 양쪽 끝에 소가죽으로 마감을 하고 활 외피를 노란빛이 도는 화피로 단장하면 작업이 마무리된다.

 활이 완성되기까지 4천여번의 손길이 필요한 탓에 1년에 그의 손을 거쳐 탄생되는 경기궁은 50여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활이 완성되는 봄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궁사들로 그의 작업실은 붐빈다. 인천만해도 사정(활터)이 9곳이고 전국적으로 남녀궁사가 3만명이 넘을 정도로 애호가가 늘고 있어 1장(張)에 50만원을 호가해도 전통방법대로 만든 그의 활은 국내 최고품으로 인정을 받는다. 매년 충무공 이순신 탄신을 기념해 열리는 활쏘기대회에서 대통령이 시사(試射)때 써온 활도 그의 작품이다.

 『우리 활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만궁입니다. 줄을 빼면 저절로 움직이면서 둥근 모양으로 되지요. 활이 살아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세계 각국 활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우리 활이 가장 예쁘고 탄력이 좋습니다. 동ㆍ식물의 특성을 살려 활을 만든 조상들의 뛰어난 지혜에 감탄할 뿐입니다.』 궁시장 김씨가 격찬하는 우리 활의 제작기법을 그러나 33세된 젊은이 한 명만이 전수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