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그대에게(9) 보위원이 다시 물었다.

 『공화국 군인이 결혼도 하기 전에 에미나이들 가랭이에 젊음을 묻으면 반당행위가 되는걸 모르고 있었나, 동무는?』

 『모르고 있었습네다.』

 『그 에미나이한테 갈 때 누구누구 같이 갔나?』

 『분대 선임하사하고 같이 갔시요.』

 『기럼. 그 에미나이 뱃속에 든 씨는 누구 거네?』

 『모릅네다.

 『이런 파렴치한 새끼! 다섯 번이나 올라 타구서리 여태 누구 씬지도 몰라?』

 보위원이 구둣발로 취조받는 부분대장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내려 깠다. 인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운수중대 부속품 창고보다 좁은 공간에 책상과 문서함들이 놓여 있고, 보위원이 앉아 있는 맞은편 벽에 수령님의 초상화와 지도자 동지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에도 취조실이 있는지, 그가 서 있는 뒤쪽 층계 밑에서 보위원들의 악쓰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기럼 땅굴 공사가 지겹다는 말은 어느 동무가 했는가? 빨리 대답하라!』

 인구는 사색이 된 얼굴로 벌벌 떨면서도 보위부 사무실이 이런 일을 하는 곳이구나 하고 꿀꺽, 침을 삼켰다. 여자와 부화질을 한 구분대 부분대장, 땅굴 공사에 파견된 상등병, 그리고 『남반부 국방군 아새끼들은 직승기(헬리곱터)로 후방물자를 공급하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등짐으로 날라야 합네까?』 하고 분대장에게 질문했다가 불려온 하전사들이 보위원 앞에서 반당ㆍ위해분자로 재처리되는 곳이 바로 보위부란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는, 보위부란 곳이 위대한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를 해치기 위해 반동ㆍ역적 모의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보위지도원을 따라 들어와 보니까 『그 간나하고 몇 번 붙어먹었나? 그리고 그 에미나이 뱃속에 든 씨는 누구 거네?』하면서 보위원들이 농담 따먹기나 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국가정치보위부에 복무하는 막내삼촌도 이런 일을 할까?

  막내삼촌도 평양에서 이따위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다면 빨리 그만두고 나오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곽인구, 일루 오라니까. 거기서 뭐 하는 기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큰소리에 놀라 잠시 넋을 잃고 서 있는데 등뒤에서 리상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구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며 대대 보위지도원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 앉으라.』

 보위지도원이 의자를 빼내주며 자기 책상 옆에 앉으라고 했다. 인구는 보위지도원이 내주는 의자에 앉으면서 앞에 있는 서기일꾼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