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발견 100년 전통문화가 사라져간다]

전승자 못 찾은 무형문화재

백동연죽장·여성 어름사니

별세 뒤 '지정해제' 이어져

기능보유자-전수교육조교

고령화로 '세대교체' 시급


#우리나라 고유의 담뱃대는 구리에 금·은·아연 등을 합금 처리한 백동으로 만든 백동연죽(白銅煙竹)으로, 이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백동연죽장(白銅煙竹匠)이라고 한다.

백동을 두드려 펴고 땜질해 만드는 백동연죽은 금속 세공기술에 속할 정도로 세공 솜씨가 좋다. 그러나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됐던 백동연죽장은 10여 년 전 없어졌다. 1989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7호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았던 고(故) 양인석 선생이 2008년 별세한 이후 지금까지 전승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줄타기는 단순한 기예를 넘어 주제 의식을 표출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공연예술이다. 음악반주에 맞춰 줄꾼인 어름사니와 어릿광대인 매호씨가 주고 받는 재담은 해학과 풍자가 담겨있으며, 줄 위에서 펼치는 기예는 관중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고난도의 묘기다.

1991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9호 줄타기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고(故) 조송자 선생은 마지막 남은 여성 어름사니였다. 그가 별세한 2000년 이후 전승자가 없어 도 무형문화재 종목에서 사라졌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을 전승자를 찾지 못한 채 사망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관련 기사 3면

전승자 없이 기능보유자 사망으로 경기도 무형문화재에서 '지정 해제'된 사례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9건에 달한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백동연죽, 줄타기 등의 전통문화가 전승자 없이 기능보유자가 사망하면서 경기도 무형문화재 종목에서 삭제됐다. 현재 도 무형문화재 2호(부의주), 3호(청자장), 4호(분청, 백자장), 5호(백자장), 32호(송서·율창) 등도 전승자 없이 보유자가 사망해 도 무형문화재 종목 지정이 해제됐다.

예술적·역사적·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보존·보호 대상으로 지정한 무형문화재가 현대에 전승되지 못하면서 사장되거나 잊힌 '옛 기술'이 돼 버린 것이다.

무형문화재들은 전통문화의 수요가 워낙 적고, 그로 인한 생활고 등의 경제적 어려움과 전통 계승에 대한 낮은 사회 인식 등으로 전통문화 전승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도내 한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무형문화재 기능장은 재료비가 만만치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시장도 작기 때문에 전수생이 들어온다고 해도 걱정이 크다"며 "생계를 이유로 전승을 포기하는 전수생이 많다"고 말했다.
기능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의 고령화로 인한 세대교체도 시급한 상황이다. 도 무형문화재 개인종목의 경우 최연소가 만 52세(1963년생)이며, 최고령은 만 88세(1931년생)에 달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의 57.7%가 70세 이상(2017년기준)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1970년대 후반부터 무형문화재 지정이 시작됐기 때문에 보유자의 평균 연령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무형문화재 사망으로 종목 지정 해제가 된 경우 전승자가 나타나면 절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다시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무형문화재는 현재 68종목(개인 47·단체 21)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중 도에서 인정한 기능보유자는 56명(한 종목에 2명이상 포함), 보유자의 뒤를 이어 전승할 전수교육조교는 41명이다.

/안상아기자 asa8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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