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가상도시는 예쁜 모형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어느덧 4차산업 시대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대 행정도 이제는 4차 산업에 발맞춰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4차산업을 위한 노력은 의미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지칭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사물인터넷 등은 지능화 기술 진보와 생산양식의 혁신을 가져와 경제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산업의 정책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사회경제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새로운 산업 발전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산업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공공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에 종합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합니다.

가령 물리적 시설 측면에선 지능화 인프라 구축, 데이터 측면에선 공공데이터 개방 및 활용체계 마련, 산업적 측면에선 스마트 생산기술의 보급 및 확산, 연구개발 측면에선 지능화 기술 개발, 인적 자원개발 측면에선 기존 인력의 재교육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재 시는 4차 산업혁명에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담 대응팀을 만들어 지능화 산업육성, 스마트도시 인프라 구축, 스마트 시민 서비스 제공 등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3월 '3차원 디지털 가상도시' 구축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시는 약 7개월 동안 비행기로 인천 전역의 정보를 수집해 모든 구조물에 대한 3차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사업 추진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디지털 가상도시는 우리가 사는 물리적 공간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화하는 것입니다. 고층 건물 구축으로 인한 주변 지역의 일조권 침해, 홍수 발생 시 가장 취약한 지역 등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가상 세계에서 먼저 파악해 볼 수 있다고 하니 향후 300만 시민들을 위한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인천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도 앞섭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트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부분 새로운 기술들의 도입에 초점을 맞추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성과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한 번 만들면 끝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시민들이 행복한 스마트시티를 위한 과정이자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인천시가 만들 디지털 트윈은 단순히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모형이 아닌 살아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즉, 인천시의 디지털 트윈은 세계 유명 인사들의 겉모습을 본뜬 '마담투소' 박물관의 밀랍 인형이 아니라 인체의 세포와 혈류까지 모두 본뜬 일종의 복제인간과 같아야 합니다.

새로운 건물, 도로, 공장이 지어지거나 바람 및 기온이 달라지는 등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매 순간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를 실시간 반영할 수 있어야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예쁘게 만든 모형이 아니라 재난을 예방하고 도시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인천시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는 디지털 트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심장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쉽게 간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디지털 트윈 구축단계에서부터 나타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1차원이 아닌 3차원이기에 도시를 디지털 트윈화하기 위해서는 공간 정보와 3차원 좌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속성 정보 수집은 고려되지 않거나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속성 정보의 부재 및 부정확성으로 공사 지연이나 가스폭발 등 인재(人災)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상 건축물들의 높이는 물론 지하시설물에 대한 공간 정보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3차원 디지털 가상도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 구축 후에는 각 담당부서 및 기관에서 수집한 데이터 등을 통해 실시간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유, 협업해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온몸이 아픈 것처럼 도시 역시 작은 변화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최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해야 오차 없는 신뢰 행정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쓰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인천이 언제나 시민을 중심에 두고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도시이길 바랍니다. 이번 디지털 트윈으로 데이터 기반의 도시운영과 도시문제 및 재난을 예측,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스마트 인천의 밝은 내일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