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에서 드라마·영화·음악까지 담는다

 

▲ 인천 내항 재배치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한 제8부두 폐 곡물창고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사진은 폐 곡물창고 전경.

 

▲ 인천시가 올 연말까지 종합발전 청사진을 담은 통합 마스터 플랜을 내놓을 예정인 인천 내항 전경. /인천일보 DB

 


인천시가 인천항 폐 창고를 '상상플랫폼'으로 재창조한다.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확정한 25개 단위사업 가운데 하나다. 인천항 재생의 마중물인 셈이다. 시는 이를 포함해 올 연말까지 인천 내항 종합발전 청사진을 담은 통합 마스터 플랜을 내놓을 예정이다. 상상플랫폼이 어떻게 조성되는지를 살펴본다.

그동안 인천일보는 '문화재생'을 화두로 국·내외 도시재생의 사례들을 연재했다. 물리적 재생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재생은 이미 실패가 검증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도시재생 예산을 따내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 집착하다보면 실패한 도시재생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인천에서 문화재생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인천 내항에 방치된 옛 곡물 창고가 '문화'를 통해 복합문화공간, '상상플랫폼'으로 변신한다.

인천시는 지난 10월 상상플랫폼 운영사업자로 문화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CGV를 선정하고 본격 추진에 나섰다.

상상플랫폼은 인천항 8부두 옛 곡물 창고(인천시 중구 북성동 1가)를 리모델링해 문화혁신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철골구조로 1978년 건립된 이 창고는 길이 270m, 너비 40m, 높이 20~27m, 전체 넓이 1만2150㎡ 규모다. 기둥과 내벽이 없는 단일 창고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항만 재배치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고 2016년부터 폐쇄됐다.

인천시와 CJ CGV는 협업을 통해 내년 하반기까지 396억원을 들여 옛 곡물창고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기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청년창업·지원공간, 첨단문화산업, 드라마·영상·음악 등 지역 문화·공연, 관광제품 생산·판매 시설을 갖춘다. 창고를 문화·관광시설로 용도를 바꾼 것이다. 제기능을 잃고 방치된 유휴공간을 문화적 기능을 지닌 공간으로 재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시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인천항 재개발이 속도를 내 지역경제와 산업구조를 탈바꿈시키는 마중물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상플랫폼은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25개 단위사업 중 하나로 내항 재개발과 원도심 재생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는 운영사업자를 공모로 선정하면서 청년창업지원과 일자리창출, 대규모 집객 효과를 창출토록 했다. 또 건축연면적의 20%이상을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 등을 위한 창업·창작지원, 교육체험 등 공공기능을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시는 상상플랫폼을 중심거점으로 개항장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한 월미도, 인천역,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동인천 배다리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지역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람중심의 내항 1·8부두 재개발 등이 탄력을 받아 그 파급효과가 원도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시민에게 바다를 돌려주는 공공성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 정서를 반영하기 어려운 대기업이 사업 운영자로 선정되면서 대기업의 상업적 속성으로 개항장 일대 아트플랫폼 등의 관광연계성과 주변 상권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도 미미하고 골목상권의 파괴도 우려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적 자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에 대한 고려가 없는 또 다른 개발방식의 하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상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문화단체 등의 콘텐츠, 프로그램 협력 및 참여로 상생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시설별 파트장 및 운영인력으로 직접 일자리 200개를 만들고 3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글·사진 이동화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 김갑곤 경기만포럼 사무국장.
▲ 김갑곤 경기만포럼 사무국장.

 

[기고] 김갑곤 경기만포럼 사무국장

인천도시재생의 문제점과 과제

개항창조도시와 내항개발 등 인천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도시재생은 무작정 부와 재화를 늘리는 경제사업으로 환원될 수 없다. 이미 성장의 한계에 이른 도시는 개발과 자본 집적보다는 분배와 포용의 차원에서 문화와 복지, 역사적 측면으로 재구성하는 게 맞다. 창조도시론의 세계석학 일본 사사키 마사유키(佐-木雅幸) 교수는 도시 주체들의 역사의 기억, 공동의 정신, 공공연대와 실천이 중요하며, 내발적 발전의 힘은 자본에 귀속되는 게 아니라 지역전통과 역사와 연관된 산업과 문화, '문화자본'에 있다고 했다. 도시재생의 요체는 경제가 아니라 지역문화와 역사, 주민창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시 사업들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 인천역사를 복원한다고 하면서 초대형 복합쇼핑몰로 개발하고 인천내항 부두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하면서 대자본을 끌어들여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막대한 자본과 소비시장들을 필요충분조건으로 해야 하는 압축적 개발시대의 유산들이다.

해역과 항구도시 문화재생인 인천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먼저 바다와 갯벌을 살리고 물길을 이어 '물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유로이 바다로 접근할 수 있는 시민 공공적 워터프론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양과 물길복원, 워터프론트 시민 공간확보는 대개 성공했던 외국의 연안 해양 도시재생의 기본원칙들이다.

우리는 인천의 바다가 어디에 있는가를 성찰해 봐야 한다. 영종도나 월미도에 나가서 끄트머리 바다를 맛보는 정도로 인천을 연안해양의 도시라 할 수 있는가. 소래포구역은 어딜 봐도 소래포구가 보이지 않는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다. 도심의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싶어 인천역에 도착했을 때 정작 바다로 나아가는 길은 막히고 불야성을 이룬 쇼핑몰만 헤매다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성포구를 보전해 인천 주민들의 삶과 포구 생산문화를 살리고 이곳을 도심포구 생산과 해양역사문화의 거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인천개항 100년 만에 드디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내항은 행정과 상업자본의 투기목적의 부동산 재개발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도시재생 사업들을 행정과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인천 도시재생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지역역사와 문화의식들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의 주체는 행정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시민이다. 지역 역사창조의 '문화자본'을 이끌어내는 맥락에서 지역의 창의와 주민역량강화, 공동의 정신과 유대를 실현해 나가는 '시민거버넌스'를 형성해야 주민들의 삶터를 복원하는 도시재생은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인천 도시재생 과제를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는 '인천에코뮤지엄 플랜'은 원도심의 바닷물길 복원과 워터프론트 공간을 확대하고, 연안의 삶과 바다로 열려 있는 시민공동체 공간과 문화를 부활해 나가려는 것이다.

'인천역과 주변역사권역'를 출발점으로 도서지역인 '월미도 해양경관권역', 항구지역인 '인천내항 항만재생권역', 그리고 어업 및 근대산업지역인 '북성포구 및 동일방직 산업유산권역', 마지막으로 연안공동체 마을권역인 '수문통과 동인천생활권역' 등 총 5개 권역으로 인천 해양역사와 생산문화, 연안공간들로 연결되는 '물길 네트워크' 형성을 제안한다. 이들 거점권역들은 인천도시의 연안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바닷길이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역사가 주변 해양경관으로 나가는 관문으로, 동일방직 산업유산은 교육과 예술문화공간으로 재생돼야 한다. 또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인 수문통과 동인천역권은 내륙해운 도시공간의 관점에서 가옥, 골목, 거리, 경관들이 주민역사와 생활공간으로 복원하고, 수문통 물길복원을 통해 관 중심의 개항장창조도시에 상응하는 시민 중심 배다리연안 창조도시공동체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인천의 바다와 해안에 거대한 랜드마크가 세워지고 스펙타클한 도시경관이 꼭 필요한 것인가. 인천시는 지나칠 정도로 '스펙타클 공간정치' 라는 거대도시 함정에 빠져있다. 도시재생이야말로 '인천에코뮤지엄 플랜'처럼 주민들의 힘에 의한 지역의 생태와 문화 역사를 활용한 지속적인 주민들의 연안생활 문화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