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생, 시민의 삶을 디자인하다] 6.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역, 빈민촌에서 관광명소로 변신
[문화재생, 시민의 삶을 디자인하다] 6.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역, 빈민촌에서 관광명소로 변신
  • 이동화
  • 승인 2018.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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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계획 없었지만 … 7500명 6년간 353차례 머리 맞대다

 

▲ 영국의 철도와 물류산업을 이끌었던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과 그 주변 일대는 산업의 변화로 낙후지역으로 전락했으나, 참여와 소통을 통한 도시재생으로 옛 영광을 되찾았다. 킹스 크로스역에 출발을 기다리는 기차들이 보인다.

 

 

▲ 산업단지를 재생한 포블레노우에는 높은 굴뚝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 산업단지를 재생한 포블레노우에는 높은 굴뚝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역 일대는 빈민촌에서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곳이다. 킹스 크로스역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은 참여와 소통이었다. 처음부터 거창한 개발계획은 없었다. 실행

 

 

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 7500명이 6년 동안 353차례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한 끝에 기본원칙을 이끌어 내고, 종합계획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늘날 킹스 크로스역과 광장은 교통·문화·상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도시경쟁력을 창출하는 핵심 거점으로 진화했다. 킹스 크로스역 재생 프로젝트의 마스터 플랜이 나오기까지 어떤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들여다본다.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 역세권 재생사업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낯익은 장소다. 영화 속 킹스 크로스역은 해리가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찾는 기차역으로 등장한다. 해리가 이용한 9와 3/4 플랫폼 벽에 카트가 반쯤 박혀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놓는 등 관광상품으로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1852년 완공된 킹스 크로스역은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역사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잉글랜드 북동부와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을 잇는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역이며, 뉴캐슬이나 에든버러 또는 애버딘쪽으로 가는 열차의 시발점이다. 지하로 이어지는 유럽 고속철도가 출발하는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역과 지하철 6개 노선이 교차하는 철도교통의 요충지인 것이다.

런던 중심부에서 3km정도 떨어진 킹스 크로스역 주변은 1850년대 유럽의 교통·산업·물류의 중심지로 지역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100여년이 지나면서 상업과 철도산업의 쇠퇴로 중심지 기능을 잃었다. 결국 킹스 크로스역 주변은 버려진 땅으로 방치되면서 빈민촌으로 전락하자 재생사업에 나섰다.

킹스 크로스 역세권 재생사업 대상지역은 킹스 크로스역을 시작으로 뒤편 리젠트 운하까지 연결되는 1㎞ 구간을 포함한 전체 약 27만㎡의 토지와 낙후된 건물들이었다. 그런데 그 첫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사업기간만 20년인 데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서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도 이렇게 장기간 진행될 복잡성이 높은 사업에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계획 대신 모든 이해관계자가 재생사업 계획에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인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행할지 원칙과 과정을 제시한다."

2001년 실시한 도시재생사업 공모에서 부동산 전문 개발사 아전트(Argent)가 이 같은 재생사업의 원칙과 과정을 담은 달랑 한 페이지짜리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런던 시정부가 이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다.
그리고 6년 동안 준비했다. 공청회와 워크숍, 길거리 미팅, 이벤트 등 353회에 걸친 만남에 7500여명이 참여하는 소통의 과정을 거쳤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6가지 합의 내용을 담은 마스터 플랜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또한 이 마스터플랜에는 전체 재생 대상 지역의 80%만을 구체화하고 20%는 남겨뒀는데, 이는 다음세대 몫으로 돌린 것이다. 대부분 대형사업들이 이미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놓고 공청회에서 주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밟은 사업 추진방식이었다.

이어 공공영역에서 2006년 철도역 주변의 토지 매입을 시작으로 재생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기존 철도부지를 중심으로 교통인프라의 복합적 활용과 주변지역과 연계한 재생사업, 시민친화적 공간 조성에 나섰다. 공공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개발업자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기업유치, 사업 추진 등 실질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전체 면적 중 40%를 공원과 광장 등 공공의 공간으로 계획하고, 고밀복합개발 방식을 통해 주거, 상업, 업무, 숙박, 문화,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해 낙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는 대신 역사적 건물은 보존하면서 새로 짓는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선택했다. 물품 상하차장으로 쓰이던 빅토리아 시대의 그래너리 빌딩은 개·보수 이후 영국 최고 예술대학인 런던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 London, UAL) 센트럴 세인트 마틴 캠퍼스가 이전해 왔다. 지상 11층짜리 오피스 건물 '랜드스크래퍼'에는 글로벌 기업 구글의 영국 본사가 입주했다. 세인트 마틴 캠퍼스와 구글 본사는 킹스 크로스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루이비통과 유니버설뮤직도 둥지를 틀었다.

연면적 8만㎡ 규모 커뮤니티 시설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열린다. 거의 매일 10여개씩 전시·공연·문화 행사가 개최된다. 그래너리광장의 거대 분수를 비롯한 공원과 볼거리도 다양하다.
킹스 크로스는 영국 최대 도시재생 사업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유럽을 대표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옛 것과 새 것이 조화를 이루고, 산업시대라는 과거와 창의적인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영국 도시계획 분야의 전문가인 피터비숍 런던대 교수는 "재생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6년간 7500명이 353차례의 미팅을 열어 106개의 합의사항을 만들어냈다"며 "합의사항은 개발사와 관청, 주민들이 소통을 통해 최종 마스터플랜으로 완성시켰다"고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충돌과 도심 땅값 상승으로 인해 재생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주요 산업의 몰락에 따라 역세권, 산업유휴지, 원도심 등을 대상으로 한 해외 도시재생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킹스 크로스 역세권 개발의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공주도형 사업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인하고, 공공이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민관 파트너십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으며, 공공은 단계적 개발을 통해 시장수요에 따른 적정규모 공급, 행정절차의 간소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능·임대방식의 도입 등의 재생 전략을 추진했다. 지방정부의 유연한 사업추진방식은 민간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었다.

/영국 런던=글·사진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구도심 산업단지 재생,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블레노우

스페인 포블레노우는 구도심 재생을 통한 혁신거점 조성에 성공한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동남쪽 22지구에 있는 포블레노우(Poblenou) 지역은 1960년대 전까지 제조업(방직산업) 산업단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약 200ha 규모로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탈 산업화 등으로 1963년부터 1990년까지 1300여개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쇠퇴했다.

2000년 들어 산업단지 재생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고 '22@plan'이라는 도시계획안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사업내용은 주택건설, 녹지공간조성, 신규 도시시설 설치, 신규 일자리 창출, 도시인프라 구축 등이다.

이를 위해 2002년 가동한 '22@Barcellona 프로젝트'는 포블레노우 전통 제조업 산업단지를 주거와 문화, 과학과 교육, 생산과 레저가 공존하고 상호 소통하는 지식집약형 첨단산업지역 조성을 목표로 했다. 쇠퇴한 주거, 문화 등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미디어와 ICT, 에너지 등 지식창출 산업을 접목시켜 지식 집약형 클러스터를 육성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도심 상업지구와 연결되는 간선도로 설치, 대중교통망(트램, 버스) 정비, 통신망 등 스마트시티 인프라 등의 기반시설을 정비해, 새로운 도시공간창출을 위한 물리적 환경을 개선했다. 이어 미디어, ICT, 에너지, 메드테크 등 4가지 주요사업의 클러스터를 구축, 이 산업과 관련된 주체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포블레노우 산업단지를 환경친화적으로 재정비해 지역경제 침체를 해결했으며, 노후 산업단지를 미디어, ICT, 에너지, 의학기술 등 핵심 선도 산업 등 구조고도화와 기반시설 재정비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 추진 결과, 기업체 925곳이 입주했으며, 고용인구도 3만2478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왔다.

포블레노우에는 산업시대의 상징물인 굴뚝들이 곳곳에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었기에 기자는 이곳이 옛 산업단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글·사진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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