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에서 나와 현장조사도 하기 전에 현장의 정황이나 증거물을 없애는 것은 질책을 받을 소지를 스스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소대장은 그것이 못마땅했다.

 『사고현장 검열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느 동무가 입쌀에 손을 댔는가?』

 하전사들은 그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들은 씹어먹던 입쌀을 도로 뱉어내며 죽을 상을 지었다. 소대장은 분대장을 불러 사고현장 경계를 강화한 뒤 화물차 옆으로 다가갔다.

 『전복된 화물차 운전사관은 어딧는가?』

 『담가에 뉘어 놨습네다.』

 부분대장이 다가와 보고했다.

 『후송시키게 차에 태우라.』

 소대장은 인구를 화물차 적재함으로 옳기라고 했다. 4명의 전사가 들것에 누워 있는 인구를 들어 옮겼다. 소대장은 전사 4명을 적재함으로 승차시켜 들것을 붙잡아 주라고 했다.

 『민경대대 군의소로 가자.』

 소대장은 차에 올라타며 운전병에게 지시했다. 운전병은 날랜 동작으로 차를 돌려 인구의 부대가 있는 개성시 장풍군 림강리 쪽으로 내려갔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가 몇 번 울었다. 정치부 부부장실 입구에서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던 여사무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정치부 부부장실로 들어가는 나들문(출입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부부장 동지! 안전부장 동지께서 찾으십네다.』

 『기래?』

 김문달 중좌는 도 안전부에서 하달된 지도서를 읽고 있다가 비망록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견장에 달린 중좌 계급장이 무거워 보일 만큼 왜소한 체구에다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혀 있어, 그의 표정은 언제 보아도 차가와 보였다.

 그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 복장을 점검한 뒤 방을 나왔다. 바로 옆에 낙원군 사회안전부 안전부장실이 있었다. 그는 안전부장실로 들어갔다. 문 앞에 앉아 있던 여사무원이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했다.

 『계시는가?』

 『녜.』

 김문달 중좌는 여사무원이 문을 열어주는 방으로 들어갔다. 곽병룡 상좌가 사복을 벗고 제복으로 바꿔 입으면서 김중좌를 맞았다.

 『어서 오시오.』

 『도에서 모내기 전투계획서 보내라구 야단입네다.』

 김문달 중좌가 다가서며 도(道) 사회안전부에서 걸려온 전화 이야기를 꺼냈다.

 『4^15 사업 마무리하느라 아직 손도 못 대었다고 우리 시정을 전화루라도 이야기해 주지 않고….』

 『너무 늦추면 800만톤 알곡고지 점령에 차질이 온다고 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가봅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