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용 면세유값 폭등 .수협경영 심각한 타격 

IMF체제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지났을 무렵인 올 1월초, 어민들은 갑작스레 날아든 소식에 새해 벽두부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어선용 면세유값이 무려 두 배 이상이나 훌쩍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전체 출어경비의 50~60% 가량을 차지해 온 기름값 폭등은 어민들에게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와이어 로프 등 각종 선용품값도 50%이상 뛰었다.

 최근 2~3년전부터 어자원 고갈현상이 심화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해 온 터에 기름값 등의 폭등은 어렵사리 출어를 해봐야 경비도 못 건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최악의 상황으로 어민들을 몰아 넣었다.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했다. 이 무렵 연안부두에는 조업철임에도 불구, 수십척의 어선들이 시동을 끈 채 정박해 있었다.

 「이제 수산업은 끝」이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어민들사이에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이러기를 수 개월여, 그 동안 기름값은 등락을 거듭해 오다 요즘은 IMF 이전 가격보다 약간 높은 선에서 공급되고 있다. 기름값으로 인한 걱정은 어느 정도 덜어진 셈이다.

 『그 때는 정말 앞이 깜깜했었죠. 출어경비를 구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도 머리속에는 「이젠 모두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저인망선주는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IMF는 이와 함께 어민들의 출자은행인 수협에도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수협은 그동안 인력채용 및 관리 등 많은 면에서 주먹구구식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내리는 불안정한 금리, 경제파탄과 부도로 인한 부실채권의 속출」 등 한꺼번에 밀어닥친 IMF 파장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부랴부랴 군살빼기에 나섰다. 희망퇴직 형식으로 직원들을 정리하고 남아있는 사원들의 급여도 전보다 30% 가량 깎아내렸다.

 인천수협은 30여명, 수협경인지회는 두 차례에 걸친 명예퇴직으로 수 십명을 내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20명에 달하던 안강망수협 인천지부 식구는 7명으로 줄었으며 저인망수협 인천지소도 연이은 감원으로 모든 과장들이 두 개 이상의 보직을 갖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수협은 또 불필요한 점포의 폐쇄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IMF파고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웬만한 노력으로는 넘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태산의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이 지나야 하는 IMF의 기나긴 터널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