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광역 등 547대 휠체어 편의시설 전무 … 이동권 보장 안돼
"등산하는 기분이에요. 매번 두려워요"

지체장애 1급으로 전동휠체어에 온몸을 맡긴 A(55)씨는 지난 2월 충남 부여군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려고 인천종합터미널을 찾았다.

차표를 구매하고 부여군행 고속버스로 향한 그는 갑자기 발길을 멈췄다. 그의 앞에 커다란 산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버스에 오르기 위한 계단이다. 일반인들에게는 2~3칸에 불과하지만 A씨에게는 엄청난 높이였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때는 혼자 기어 올라가요. 일반인들은 몇 초면 오르는 곳이지만 저희에게는 아주 높은 산이에요" 이에 그는 친구와의 만남을 자주 망설였다고 전했다.

인천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중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우 등을 위한 이동편의시설이 갖춰진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현재 인천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시외버스·광역버스는 총 67개 노선 547대다.

고속버스가 12개 노선 112대, 시외버스가 53개 노선 407대, 광역버스가 2개 노선 28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일반인들을 위한 교통 서비스일 뿐 장애우의 시외 이동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간혹 여성분들이 저를 도와주려고 해요. 그런데 여성들이 무게가 많이 나가는 남자를 들어 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더라고요. 다칠까봐 제가 사양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인천지역 시내버스 212개 노선 2358대 중 280대에는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 돼 있다.

아주 적은 수이지만 장애우들의 편의를 돕고자 지난 2004년부터 사업자들이 국비보조를 받아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마저도 장애우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이 낡아 리프트가 안내려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또 간혹 사용법을 모르시는 기사님도 있더라고요. 리프트를 내려 탑승할 수 있는 정류장 환경도 개선해야 해요. 그래서 전 차라리 전철을 이용해요"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인천지역에 휠체어리프트 시설을 갖춘 저상버스를 더 많이 보급하고 관리·감독도 더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은 민간사업자들이 하는 만큼 중앙정부에서 장애우들을 위해 좀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wisdomjj022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