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개발이 재앙 부른다

 전 국토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풍광이 수려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내륙 깊숙한 곳에서 서해안 도서까지 산허리가 잘리고 파헤쳐져 시뻘건 속살이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다. 특히 용인 축전지역은 그 양상이 더욱 심하다. 집단적으로 우후죽순처럼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일반 상식으로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개발이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 그리고 이익을 챙기려는 소수의 인간들의 야합으로 인하여 무차별 난립하고 있다.

 용인 축전지역은 난개발로 불과 10여년만에 거대 도시화 되었고 여의도 넓이의 12배의 산림과 농지 그리고 늪지가 주택단지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서 비만 오면 침수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산림과 늪지, 논과 밭은 강수량을 흡수 저장하는 거대한 댐의 구실을 한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벼 한 포기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산림과 논과 밭이 3천백ha나 주택과 도로건설로 전용되어 수해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식물이 살아가는데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대지가 흡수하는 양의 물은 우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양을 지하에 저장한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1일간 수백ℓ의 물을 필요로 하고 큰 떡갈나무 숲 1ha는 매일 25t의 물을 필요로 한다. 또 1ha의 고추밭에 뿌린 씨가 발아해서 열매를 맺고 고사할 때까지 3천t의 물이 있어야 한다. 이 양은 3백㎜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식물이 1g 성장할때 마다 60㎖의 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용인 축전지역의 산림과 논과 밭, 늪지가 3천1백50ha나 주택과 도로건설 등으로 전용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말 현재 용인지역의 농지면적과 산림면적은 춘천댐 저수량 1억5천만t의 1.1배인 1억6천3백만t의 담수능력을 갖고 있는데 농지, 산림전용에 따라 현 담수능력의 11%인 1천8백만t이 상실되었다는 농산부의 집계이다. 이는 논 1ha당 2천7백t의 물을 보관할 수 있고 밭은 7백91t, 산림은 2천t의 담수능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제임스리 위트장관은 연세대 방재안전센터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용인 난개발지역 수해와 같은 경우도 이미 미국이 경험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수 태풍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은 어차피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과도한 국토개발은 그에따른 재해를 가중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해야하는 산림과 같은 녹지와 논과 밭 늪지와 같은 습지를 콘크리트로 덮다보면 홍수피해는 가중되고 산사태 등 자연재해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관계당국은 무시해왔다. 자연에 대한 무리한 인간의 간섭이 결국 크나큰 재앙을 초래하게 한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지난 2개월간에 걸쳐 난개발 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용인시 도시계획과의 건축알선 브로커 등 139명이 연루되어 입건 되었다. 검찰은 마구잡이 지역개발로 산림과 농지 등을 훼손한 이들 난개발 사범을 포함해 공직자 및 지역토착 비리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총 976명을 입건하고 401명을 구속, 57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번 파괴된 자연을 원상회복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이미 인지했던 사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이런 일이 언제나 끝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 조상의 체취가 담긴 땅을 자자손손 물려주기 위해 수천억원의 보상금도 포기한 지역주민들의 용단과 슬기는 우리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정부는 개발에 앞서 참다운 삶의 질이 무엇인가 이들의 용단에서 자성의 계기로 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