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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기도 광주시내 모든 관용차는 주간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 얼핏 생각하면 과거 권위주의 방식 대로 '표시를 내기 위해서'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늘 전조등을 켬으로써 멀리서도 내 차를 쉽게 인식하게 한다면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착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모든 차는 '밤에 운행하거나 또는 안개 등으로 전방 100m 이내 식별 곤란 시'에는 차의 등화를 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의 2002년 전국버스공제조합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해 보면 점등을 시행하면서 사망자 수는 23%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운행 시간에 관계없이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니면 사고가 줄어든다는 통계는 국내외에서 심심치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몇 해 전 국내 도입을 놓고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이 논란이 되었다.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이 걸린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분명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도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논란 끝에 흐지부지됐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지 제법 되었고, 내년에는 G20 회담도 개최하는 등 선진국의 위상에 근접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OECD 국가에 비해 교통사고 사상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주간 전조등 켜기를 적극 활성화할 때라고 생각한다.
주간 전조등 켜기는 1960년대 초 미국 텍사스에서 처음 실시되어 효과가 입증되면서, 많은 선진국에서 의무화 또는 권장 사항이 되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전조등 점 등을 의무화한 결과, 차량 간의 다중 충돌 사고가 15∼30%나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연료 소비가 더 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건설교통부에 의하면 시속 60km/h로 50km의 거리를 전조등을 켜고 주행할 때 추가되는 연료 소모량이 0.1ℓ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효과는 아주 좋고 비용은 적은 '주간 전조등 켜기 습관화'를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남들이 멀리서 내 차를 1초라도 더 빨리 인식할 수 있다면 사고는 당연히 줄어든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큰 가치가 있다. '전구값, 기름값'보다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가진 것이 '목숨값' 아닌가. 따라서 앞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주간 전조등 켜기를 생활화하자.

/김성택 경기광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