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캐릭터에 나 자신의 모습 투영"
"영화속 캐릭터에 나 자신의 모습 투영"
  • 승인 2008.12.04 00:00
  • 수정 2008.12.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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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 인천서 관객과의 대화
첫 장편 영화 <미쓰 홍당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경미 감독이 인천을 찾았다.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영상위원회가 마련한 디렉터스 뷰 올해 마지막 자리가 지난달 29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렸다. 이 감독의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과 <미쓰 홍당무> 상영 뒤 김혜리 <씨네 21> 기자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경미 감독은 지난 10월 영화 개봉 뒤 "극단적인 반응 때문에 한동안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가 내린 뒤에 비로소 신변 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들었던 영화 속 여 주인공들의 집합체와 같은 <미쓰 홍당무> 주인공 '양미숙'을 두고는 "'미숙'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잘돼가…> 등장인물 '지영'이나 '희진'을 섞으려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들다보니 콤플렉스 덩어리이면서도 적극적인 지영과 소극적인데다 엉뚱하고 눈치없는 희정의 모습이 미숙에게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런 등장인물이 여성 관객들에게 특히 환영받는 이유는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 있어서가 아닐까. 이 감독은 "지영과 희정, 미숙, <미쓰 홍당무> '은교'와 백치미 '유리'가 모두 내 안에 있다는 느낌이다"며 캐릭터 속에 녹아 있는 '나'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영화는 양미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하는 우리들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고아인데다 친구도 없는 미숙은 현실에서라면 극단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계속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수학여행 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던 서 선생에 대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미숙이에게 마지막 부분에서 코트를 벗기고 머리를 묶게 한 건 '너도 예쁜 애야'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관객과 스스로에게 던져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미쓰…>는 전개와 결과가 역순으로 진행된다. 거기다 빠르다. 특히 양미숙과 서 선생, 은교, 종희, 유리선생 등 등장인물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클라이맥스 장면은 정신없이 따라가야 한다. 이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어학실 장면은 마치 핑퐁경기와 같다. 시나리오의 2/3를 차지하고 인물들의 얼굴만 보이는 장면이라 쉴틈을 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고 계속 '저게 뭐지'라는 긴장을 주는 방식으로 했다"고 풀어놨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 같다는 질문을 받은 그는 "별 것 아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자 생각했다. 극 중 반전이 캐릭터가 갖고 있는 본성과 성격만으로 생겨날 수 있는 영화를 한 번 시도하고자 했다. 그래서 어학실에 등장인물을 모아뒀다. 그러다보니 연극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하며 그들의 영화 보는 수준을 높이 샀다. "놀라웠던 점은 많은 이들이 발견하지 못해도 누군가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 안에 많은 것을 숨겨놨는데 그런 것들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양미숙과 '서종희'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습하는 설정도 '너무 바빠서 뭘 원하는지 모르는' 극 중 양미숙처럼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 지 모르는 채 그저 열심히 고도를 기다리는 인물을 삽입한 것.

이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마지막을 "영화 속 미숙이는 비호감이지만 다 보고 난 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는 기적을 만들고자했다. 미숙이가 마음에 오래 남기 바란다"고 말하며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

/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





'미쓰 홍당무' 작품 소개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첫 제작자 나선 영화

영화 <미쓰 홍당무>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 첫 제작자로 나선 영화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단지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이 작품을 만든 이경미 감독은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2004년에 열린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서울 여성 영화제 등 각종 단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장편영화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을 앓고 있는 '양미숙'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숙은 비호감에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다. '지지난해 회식자리에서도 내 옆에 앉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 옆에 앉은 걸 보면 서 선생님은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 그는 은사이자 같은 학교 선생이고 유부남인 서 선생에 대한 사랑을 쏟아낸다. 그리고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사랑 받는 이유리 선생과 얽히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꼬여간다.
미숙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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